지난 4월 산림과 가옥 등 막대한 피해를 입혔던 고성·속초산불은 경찰 수사결과 복합적인 하자로 인한 인재로 드러났다. 고성경찰서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고성·속초산불은 고압전선 자체의 노후와 한국전력의 부실시공, 부실관리 등의 요인으로 전선이 끊어지면서 일어난 것이라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전 직원과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시공업체 직원 등 9명에 대해 업무상 실화 등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한전이 최초 발화지점인 고성 원암리 도로변 해당 전신주를 포함한 일대의 전신주 이전·교체 계획을 2017년 수립하고도 2년여 간 방치한 사실도 지적했다.
하지만, 산불피해 이재민들은 “8개월간 수사한 결과가 고작 이것이냐”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는데, 구속자 1명 없는 수사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항변이다. 경찰은 그동안 한전의 업무상 실화에 무게를 두고 한전 나주 본사와 속초·강릉지사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집중적인 수사를 펼쳐왔다. 막상 수사결과가 발표됐지만, 이재민들은 재수사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산불 수사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검찰 조사가 이어지겠지만, 전신주의 고압전선이 끊어져 ‘전기불꽃’(아크)이 낙하하면서 산불이 발생한 것은 명확한 만큼 한전의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경찰 수사결과에서도 한전의 부실한 시공과 관리 등에 따른 인재로 밝혀졌고, 그로 인한 대가는 너무 컸다. 속초와 고성지역에서는 1227㏊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고, 584가구 136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재산 피해액이 752억원에 달했다. 한전은 수사 결과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면서도 “지리적 특성과 당시 이례적인 강풍에 따른 불가항력적 요인 등 사실관계 사항에 대해서는 앞으로 진행될 법적 절차에 따라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자연적 현상인 강풍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업무 소홀이나 부실 관리로 인해 대형재난을 가져왔을 때는 응당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한전은 전기품질만이 아니라 안전에서도 세계 최고수준이 되도록 안전대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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