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본사 앞에 설치한 농성장은 텐트를 쳐서 제대로 만든 것이 아니라 스티로폼을 깔고 비닐로 덮은 것이라 사람이 상주하며 농성을 이어가기엔 열악했다. 농성 참여자들은 농성장에 문제가 생기면 하나씩 대처하는 식으로 해결했다. 비가 와서 비닐이 아래로 쳐지면 파라솔을 구해왔고 여름에는 더위를 막기 위해 그늘막을 가져왔다.
문제는 농성장의 상태만이 아니었다. 삼성과 관청의 대응은 농성자들을 더욱 고단하게 만들었다. 삼성의 경비들은 시비를 걸며 농성 참여자들을 괴롭혔고 농성자들이 삼성의 경비들과 언쟁을 한 날에는 잠시 후 형사와 구청 직원들도 나와서 시비를 걸었다. 또한 삼성은 가로등에 감시카메라 8대를 달아 농성장을 감시했다. 이에 대해 반올림 활동가들이 구청에 항의하자 감시카메라는 슬며시 가로등에서 사라졌다. 농성 참여자가 이동하면 사람이 붙어서 감시하는 것도 불편한 일이었다. 누군가가 식당까지 쫓아와 황 대표를 쏘아보고 있으면 밥 한 술 편하게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농성장 바닥 스티로폼 교체도 방해
삼성 경비들은 새벽 6시에 농성자들을 깨웠다. 그들은 농성장에서 자고 있는 모습이 보기에 흉하다는 이유를 댔다. 진공청소차도 농성 참가자들에게 고역이었다. 진공청소차는 매일 밤 자주, 거의 밤새도록 돌아갔다. 불과 농성자의 귀에서 1미터도 되지 않는 곳에까지 청소차를 몰아 농성자들은 굉음을 견디기가 무척 힘들었다. 1년쯤 뒤 진공청소차 운행 시간은 줄었지만 2015년 가을에 시작한 농성이 2018년 여름에 마치기까지 진공청소차는 귀를 찢을 듯한 고음으로 농성 참가자들을 지치게 했다.
농성장 바닥에 깔았던 얇은 스티로폼이 많이 망가져서 스티로폼을 바꿔서 깔려고 하던 날에는 경비와 크게 다퉜다. 형사와 구청 공무원들도 나와서 삼성 편을 들었다. 그런데 농성장 옆을 지나던 나이 많은 한 사람이 경비와 형사, 공무원에게 너무 야박하다고 몇 마디 늘어놓자 형사와 구청 공무원이 조용히 자리를 떴고 그제야 스티로폼을 바꿀 수 있었다.
황 대표는 삼성 본사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며 삼성의 잘못과 삼성에게 주어진 특혜 등을 지적하는 연설을 해나갔다.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 중에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주장 중 하나는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주변 상인인지 몰라도 장사가 안 된다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 소위 보수단체 사람들이 반올림 농성장 주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반올림의 플래카드를 찢어놓은 일이 있었다. 이에 더해 그들은 반올림 농성자들을 향해 “누가 삼성에 가서 일하라고 그랬냐”, “삼성에 못 들어가서 안달인데 삼성을 왜 못 잡아먹어서 난리냐”고 소리지르며 갖은 욕설을 퍼부어댔다. 반올림에서는 그들 몇 사람을 고소했는데 이후 그들은 언제 욕설을 하고 행패를 부렸냐는 듯 사과를 하며 용서를 청했다. 하지만 그들은 막무가내 행동으로 인해 결국 벌금형을 받았다.
반도체 노동자상까지 훼손
한번은 농성장에서 취객의 행패에 난감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황 대표는 밤에 농성장에서 자고 있었는데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을 깼다. 그때가 새벽 두 시경이었다. 덩치 큰 취객 남성 두 명이 농성장 앞에 세워둔 입간판을 발로 찼고 스티로폼으로 만든 반도체 노동자상을 쳐서 코 부분을 납작하게 만들어 놨다. 그들은 “삼성이 보상을 해준다는데 왜 돈을 안 받고 지랄이야.”라고 고성을 질러댔다. 그리고 그들 중 한 사람은 옷을 벗고 강남대로에 누워버렸는데 황 대표는 그래도 그 사람이 큰 사고를 당할까봐 달려오는 차들을 막아 그 사람을 보호해줬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은 바지를 내리고 삼성 반도체 여성 산재 피해자 사진을 보면서 음란행위를 하는 엽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는 그들은 도로를 가로질러 도망가 버렸다. 그 과정에서 황 대표와 같이 있던 대학생이 그들을 촬영했고 경찰을 불렀다. 경찰은 범인 두 사람을 금세 농성 현장으로 잡아왔다. 그들은 수원의 공기업에 다니는 40대 남성들로 범인들은 경찰에게 붙잡혀 오자 바로 범죄를 시인하고 잘못을 사과했다. 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하게 난동을 부리던 이들이 태도를 갑자기 바꿨지만 황 대표는 아무런 일이 없는 듯 그들을 용서하기는 힘들었다. 사과를 하는 그들의 표정에서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음날 반올림 활동가가 난동 부린 취객이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게 조치했다.
<다음에 계속> 구술 황상기 반올림 대표
정리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2016년 4월, 반올림 노숙농성 200일 문화제에 참석한 황상기 대표.(사진=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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