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막바지 추수로 분주한 김광섭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쌀농사를 묵묵히 지키며 대농의 꿈을 실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올해 예상되는 쌀 생산량은 378만 톤으로 지난해보다 2.3% 감소해 역대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김 회장은 여전히 자신의 고향인 강현면에서 황금들녘을 가꿔나가고 있다.
젊은 시절 고향을 떠났던 그는 IMF가 터진 1997년 도시생활을 뒤로 하고 연어가 모천으로 오르듯, 고향으로 돌아왔다. 연로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1200평 규모의 벼농사에 첫 발을 들인 것이다. IMF 이후 농업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쌀농사를 포기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김 회장은 최신농업기술을 적극적으로 습득하고 재배면적을 늘려가며 6년 만에 농업소득을 3배 가까이 늘렸다.
쌀에서 다시 희망 찾아…농경지 임차
군 보조사업을 통해 벼 육묘장을 신축했고, 농업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의 논농사를 위탁받아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농업과 관련한 교육과 세미나 등에 적극 참여하면서 쌀에서 다시 희망을 찾아 나섰다.
“우리나라 쌀농사가 최대 고비를 맞은 것은 우루과이라운드 타결과 WTO 출범 등으로 쌀 시장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던 때였어요. 하지만 외국 농업인들은 규모화와 기계화가 주를 이루던 시대였죠. 트랙터와 콤바인 등의 농기계를 구입하고 농경지를 임차해 재배면적을 늘렸습니다. 1200평 규모로 시작했던 쌀농사는 이제 12만평 규모가 됐어요. 대농의 꿈을 이뤘죠. 그때나 지금이나 밥맛 좋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제일 뿌듯합니다.”
설악산 맑은 물에 해풍을 맞은 양양 쌀을 믿고 해마다 직거래로 쌀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별한 비법보다는 열심히 농사를 짓는 성실함에 더해 정성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아흔아홉 번의 손길이 닿아야만 쌀 한 톨을 생산하는 만큼, 눈 뜨면 논으로 출근하고 논에서 퇴근했다.
그는 재배면적이 넓어지자 상시 직원을 고용했다. 최첨단 드론으로 비료를 줄 정도로 쌀농사에 적극적으로 신기술 적용했다.
성실한 생활과 영농에 앞장서면서 2002년부터는 물치리 이장도 맡아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일하며, 우리 쌀 알리기에 적극 나섰고, 매년 수확철마다 어려운 이웃에 햅쌀 120포씩을 나누는 일도 이어오고 있다.
강원도서 최초로 중앙회장에 선출
김광섭 회장은 2008년 한국쌀전업농 양양군회장을 시작으로 강원도회장을 거쳐 2016년에는 중앙회장에 선출돼 쌀산업 발전과 쌀전업농 권익 증대를 위해 애쓰고 있다. 전국에서 쌀 생산량이 가장 적은 강원도에서 최초로 중앙회장으로 뽑힌 것도 의미가 크다. 지난해에는 쌀값 회복에 많은 공을 들여 매년 하락하던 쌀값을 평년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벌써 취임 4년차가 됐어요. 어깨가 무거웠고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1년에 11만킬로미터를 찍으면서 전국을 누볐어요. 농림축산식품부는 기본이고 한국농어촌공사, 국회, 청와대까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곳이면 천리길을 마다하고 찾아가 목소리를 내며 정책제안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는 쌀전업농에 헌신한 그동안의 공로로 2006년 군정발전 유공표창, 2012년에는 강원도농어업대상, 2013년에는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저는 늘 일하는 게 즐겁고 농사는 노력한 만큼 수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보람돼요. 그만큼 떳떳하고 정직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곧 회장직을 마무리 하게 되지만 더 좋은 쌀, 밥맛 좋은 쌀을 생산하기 위해 예전보다 더 노력해야죠. 농사짓다가 좋아하는 꽹과리도 치고,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모두가 쌀농사의 미래에 대해 낙담할 때, 그는 오히려 쌀에서 희망을 찾고 풍요로운 농촌을 만들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며 땀을 흘린 결과, 이제는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대농의 꿈을 일궈냈다. 강현면 농악대 상쇠로 주민들과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있는 김광섭 회장은 올해도 저물어가는 황금들녘에서 땀 흘려 수확한 쌀 한 톨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빈농에서 대농의 꿈을 일궈낸 김광섭 회장이 가을들녘에서 마지막 벼를 수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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