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간성읍 초입에 죽 걸려있는 현수막들은 그냥 지나치는 길 위에 풍경일 뿐 별다를 것 없었다. 그런데 수많은 광고 중 분홍빛 현수막에 쓰인 문구에 시선이 멈춰졌다.
‘동해안 새우 양식’, 순간 고개가 갸웃해졌다. 새우의 산지라면 당연히 서해안을 떠올리게 되는데, 동해에서 새우 양식을 한다니 그게 가능한 일인지 의심부터 들었다.
그렇게 찾아간 곳, 고성 거진읍 동해대로에 위치한 ‘서희수산’은 바닷가가 아닌 논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멀리서 보면 그냥 작물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쯤으로 여겨져, 지나치고 또 지나치고 몇 번을 돌고 돌아 겨우 서희수산 새우 양식장을 만날 수 있었다.
설마 저기서 새우를 양식한다는 건가? 겉으로만 보면 의구심이 들 정도로 양식장이 차지하고 있는 풍경은 일상적이지 않았다.
미생물 함께 ‘바이오플락 양식’
조성환(39, 사진)·김은선(34, 사진) 부부가 운영하는 서희수산은 120평 규모의 거대한 수조를 갖추고, 10만미 가량의 새우를 양식하고 있었다.
동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새우는 서해에서 가져오거나 독도 인근 해상에서 잡아온 꽃새우나 보리새우여서, 살아있는 새우 맛을 보려면 산지보다 훨씬 비싼 값을 주고 사먹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철 왕새우는 보통 뻘 바닥의 야외노지에서 키우는데, 아무래도 뻘이다 보니 오랜 시간 축적된 중금속과 미세 플라스틱의 문제가 야기되곤 했다. 또 야외 노지의 특성상 새우들이 바이러스나 기생충에 쉽게 감염될 수 있어 항생제나 기타 약품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부부는 음식에 약품을 쓴다는 것이 꺼려져 약품을 쓰지 않고 새우를 양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것이 ‘바이오플락 양식기술’이다. ‘바이오플락 양식기술’은 2016년 대한민국 국립수산과학원의 10대 우수성과로 선정된 프로젝트로 기술의 핵심은 수질을 정화하는 미생물과 새우를 같이 키우는 것이다. 미생물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절대 항생제나 화학약품을 쓸 수가 없단다. 그리고 미생물을 키우기 위해선 일반 양식처럼 물갈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수조에 채운 바닷물로 출하까지 키우기 때문에 외부에서 바이러스나 기생충을 차단할 수 있다. 이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친환경 기술로도 인정받고 있다.
6개월 만에 왕새우 첫 출하
서희수산 조 대표 부부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수산업에 대한 경험도 기술도 전무한 상태에서 새우 양식을 한다니 ‘그런 모험을 왜 하냐’는 것이 주변의 이야기였다.
속초에서 오랫동안 PC방을 운영했던 부부에겐 뭔가 새로움이 필요했고, 이왕이면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찾다 새우 양식에 관한 기술을 이전받게 됐다.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바다가 있는 고성에 귀어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올해 초 비교적 땅값이 싼 토지를 구해 양식장을 마련하고, 새우 종묘장에서 10만미의 흰다리새우 치어를 사다 ‘바이오플락 양식기술’을 접목해 새우 양식에 들어갔다.
보통 판매 가능한 새우 크기는 20cm정도인데, 새우 치어가 이만큼의 크기가 되려면 5∼6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부부의 행복한 꿈 이어지길
양식장을 방문했을 땐, 새우판매를 시작한 지 열흘밖에 되지 않았다. 미생물과 함께 키워낸 새우는 살이 통통 올라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크기를 자랑했다. 모두가 모험이라 만류했던 일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이다.
하지만 부부에겐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았다. 특히 판매시장을 넓혀나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수산시장이나 횟집의 경우 서해에서 대량 출하되는 새우를 제철에 판매하고 있는데, 소규모에 불과한 양식장의 새우는 아직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개인 블로그나 오픈마켓을 통해 주문을 받아 선어로 당일 택배로 배송을 하고 있다. kg당 2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서희수산 왕새우는 현재 110kg정도가 판매됐다.
이제 시작이라는 말은 희망적으로 들렸다. 아직은 생소한 동해안 왕새우, 새로운 도전으로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을 살고 있는 젊은 부부의 꿈을 응원한다.
김미영 기자 nurugo@hanmail.net
서희수산 대표 조성환·김은선 부부의 행복한 모습.
서희수산의 왕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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