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만의 매력은 어떤 것일까? 관광과 여행의 차이는 뭘까?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지난 6일 속초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여행작가 남민 씨의 ‘속초 어디까지 가봤니?’ 강연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저자의 한 발 앞선 고민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남민 작가는 강연에서 이탈리아 베네치아, 중국 쑤저우, 우리나라 전주, 경주가 가진 특징을 개괄한 후 속초만이 가진 매력을 짚으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남 작가는 속초의 매력으로 가장 먼저 설악산을 언급했고 울산바위, 신흥사, 대포항, 영금정, 청초호, 영랑호, 아바이마을, 속초관광수산시장을 열거하며 그것들이 지닌 현재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함께 짚었다.
속초의 매력을 얘기하던 남 작가는 향후 속초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을 문화콘텐츠로 영랑호 보광사 목조지장보살 복장유물에 얽힌 이야기를 꼽았다. 영랑호 보광사의 목조지장보살좌상은 1654년 제작된 불상으로 내관 나업이 사망한 후, 부인 한 씨가 남편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조성한 것이다. 목조지장보살에는 복장유물이 전해지는데 이 중 하나로 한 씨가 남편의 극락왕생을 비는 발원문이 있다. 남 작가는 내관 부부의 사랑 이야기가 안동 ‘원이 엄마’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처럼 2차 창작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약간은 고양된 어조로 말했다. 1998년, 경북 안동의 택지개발지구에서 무덤을 이장하는 작업 중에 400년 전에 작성된 ‘원이 엄마의 한글 편지’가 발견됐는데 이 편지에는 서른하나의 나이로 죽은 남편에 대한 젊은 아내의 그리움과 애틋함이 담겨 있다. 이에 착안하여 안동에는 관광명소 월영교 인근에 ‘원이엄마테마길’이 조성됐고 원이엄마 이야기는 최근 오페라로도 만들어졌다. 남 작가는 한 씨 부인의 이야기가 속초에서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남 작가는 강연에서 여행과 관광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관광은 기획된 상품으로서 타인이 주도하는 상업적인 것이라면 여행은 나그네가 길을 떠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여행자 자신이 주도하는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여행은 철학적 과정이자 정신적 성숙으로 나아가는 길이 될 수 있다. 이에 덧붙여 남 작가는 “여행을 하지 않으면 ‘일정한 틀에 갇힌 나’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면서 “자신을 가다듬고 향기로운 인생을 만들기 위해 여행을 생활화하자”고 역설했다.
한편, 이번 강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 속초시가 주최하고 KMA한국능률협회가 주관하는 ‘2019 속초문화도시 아카데미 강연’ 중 여섯 번째 순서였다. 지난 9월 초부터 진행된 ‘속초문화도시 아카데미 강연’에서는 그동안 도시재생, 지역 콘텐츠 발굴 등 속초 문화 활성화에 관한 강의가 진행됐다. 오는 20일 일곱 번째 강연에서는 안은주 제주올레 상임이사가 ‘문화와 지역 활성화의 연계’라는 제목으로 도보여행길과 지역 활성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강연 문의 : KMA한국능률협회 033-632-0055)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지난 6일 속초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여행작가 남민 씨의 ‘속초 어디까지 가봤니?’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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