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처럼 가족 모두 교동 먹거리촌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나는 먼저 집으로 오려고 하는데, 막내딸이 엑스포 상징탑 앞에서 음악축제를 하는데 아빠가 좋아하는 가수들도 출연한다며 굳이 함께 가자고 했다. 손주들도 할아버지, 할머니랑 가야 한다고 난리여서 내키지 않은 마음으로 갔는데 시민들이 인산인해였다. 연령대별로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그 세대들이 즐기는 노래를 불렀다. 트롯, 재즈,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그들만이 소통하는 음악. 우리가족은 물론 모여 있는 시민뿐 아니라 외국 분들도 몸과 어깨를 흔들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흥겹고 행복해했다. 여가의 시간이 부족한 시민들이 즐거워하는 여유의 시간과 공간이 된 것 같았다. 이런 기회가 더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도 청년시절 한 때 연예인이라면 밥도 안 먹고 몰려다닌 과거가 있다. 그때 좋아했던 ‘풀잎사랑’의 최성수와 ‘목화밭’의 하사 이경우를 오랜만에 보니 옛날생각도 나서 씁쓸한 나만의 미소를 지어봤다.
그런데, 바로 옆 운동장이 얼마 전까지 모래도 아닌 돌과 같이 딱딱한 마사토 운동장이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드넓은 인조잔디운동장으로 변했고 서울에만 있는 일류 심야 구장에서만 볼 수 있는 대낮처럼 밝은 조명 불빛 아래에서 각자의 이름은 모르지만 ‘철수와 영희, 바둑이까지 남녀노소’를 망라하고 마음껏 뛰고 공차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소형텐트 안에서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는 젊은 엄마들과 독서(책)를 하는 여자 어린이들도 있었다. 요즘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아파트 층간소음문제로 특히, 어린애들이 마음껏 뛰고 놀 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필자도 어린이집에 다니는 손주들이 주말이면 거의 시골 우리 단독주택으로 오는데, 요즘 녀석들은 소파에서 점프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어떤 때는 내 손주라도 큰소리도 치고 못하게 하지만 세 녀석들에겐 아무 소용없다. 시쳇말로 “손주들이 집에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게 사실이다.
딸이나 사위들의 얘기로는 손주들이 잔디운동장에 가자고 떼를 쓰며 고집해 거의 매일 저녁마다 엑스포장 인조잔디운동장에 간다고 한다. 마음껏 뛰놀고 오면 녀석들도 지쳐서 아파트에서 더 이상 뛰지도 않고 씻겨 재우기도 바쁘단다.
그날 저녁 쉼 없이 뛰노는 아이들, 청년들, 어른들의 활기찬 모습과 행복해하는 모습을, 그리고 우리가족들을 보니 속초시 특히 공무원들의 발상이 고마웠다. 그 뿐 아니다. 지난여름 특수조명장치를 설치하고 야간에 해수욕장을 개장한 발상에 대해 속초시민은 물론 속초시를 찿는 외지손님들도 칭찬이 대단했다. 또 하나 시내버스 운행이 끝나면 시골오지마을의 일반 시민이나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은 불편할 뿐만 아니라 안전에도 많이 위험했는데, 속초시(시설관리공단)에서 마을버스 3대를 배치, 운영해 불편과 걱정을 덜게 됐다. 정말 속초시의 슬로건으로 홍보하는 “시민 한사람이라도 더 행복한 속초시를 만들겠다”는 진정성이 필자의 마음에 와 닿는다.
어떤 분들은 시의 예산낭비니, 다 우리가 낸 세금인데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속초시민이 누리는 여가생활, 그것도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 현대의 바쁜 생활에 찌들고 부족한 운동을 함께 보충할 수 있는 시설인데 낭비는 절대 아닌 것 같다. 속초시민을 위한 필요한 사업이고 효율적인 사업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지역의 발전을 위해 네편 내편 나누지 말고 줄탁동시(啐啄同時)란 교훈처럼 안에서나 밖에서나 동시 함께 서로 헐뜯지 말고 믿고 인정하고 협조해야만 될 것 같다. 필자도 지금껏 우리 공직사회에 큰 점수를 못주었는데, 작금의 속초시 공무원사회의 발상과 지방의회의 긍정적 협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연승원
속초시시설관리공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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