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투쟁,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중국 흑룡강성 목단강시를 방문했다.
많은 애국지사들이 내 나라도 아닌 머나먼 타국인 만주벌판에서 외롭게 독립운동을 하였기에 지금 우리가 편안히 살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수 백 번 여러 가지 봉사를 위해 중국 동북3성을 방문할 때마다 느꼈기에 사단법인 대한안경사협회 김종석 협회장께 장소를 추천해 이번에 안경사협회 제8기 해외봉사는 중국 목단강으로 정하였다. 필자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8개월여 동안 준비를 위해 중국측과 협의해 봉사활동을 성사시켰고 지난 9월1일 드디어 중국 목단강에 가게 되었다.
환영 만찬에는 중국 동북3성의 임병진 총영사와 목단강한인회 전희수 회장, 동북3성 손명식 회장 등 한인회에서 참가해 많은 도움을 주셔서 행사가 빛이 났다. 이는 동북아의 국민들에게 눈만 밝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한국의 얼을 심어 주는데 일조를 해 잔잔한 감동을 안겨 주었다.
수많은 촌로들과 학생들 650명을 맞으면서 한 분 한 분 소중한 분들이기에 따뜻하게 시력검사와 안경을 골라 드렸으며, 만들어 드릴 안경을 한국으로 가지고 와서 전부 제작해 봉사의 모든 것을 책임진 한 사람으로서 마지막까지 멋진 모습을 남기고 싶어서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혼자 중국으로 향했다. 사실 안경은 시력검사도 중요하지만 안경을 만들고 난 후에 착용해드리는 것이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고 기쁘게 해드릴 수 있기에 감사할 뿐이다.
지난 10월 5일 중국 목단강을 한 달만에 다시 찾았다. 한 달 전 봉사현장에서 만났던 낯익은 분들이 밝게 잘 보이신다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뜨거운 동포애의 희열을 느꼈다.
조선족 독보조(우리로 말하면 노인회) 어른들과 함께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즐기면서 안경을 핏팅해 드렸다. 독보조는 1953년 여성들로 설립한 66년된 단체로 동북3성에서 유일하게 정부로부터 인정받는 목단강시에 한군데 밖에 없는 단체라는 말씀을 들었다. 특히나 항일 투쟁 때 희생된 부모들의 얼을 잊지 않기 위한 모임으로 시작했다니 마음이 찡했으며, 혁명열사가족들의 딸이라서 더욱 놀랐다. 청명 때는 열사추모식을 지금도 하고 있다고 한다.
동북은 아침 저녁으로 입가에 서리가 낄 정도의 영하의 추위가 매섭다. 그 속에서도 우리 대한안경사 회원들이 한땀 한땀 들인 정성이 빛을 발할 수 있어 재능기부로써 더욱 좋았던 것 같다.
이러한 모든 봉사는 주축인 대안협 깁종석 협회장과 전국 16개 시도지부 수석 부회장들의 재능기부가 없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기에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지난 10일 목단강의 촌로들과 학생들을 뒤로 한 채 귀국길에 올랐다. 혼자 피곤한 행보였지만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시골의 초가집 굴뚝에서 밥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귀국편 비행기 안에서 보면서 제9기 대안협 해외봉사를 위해 다시 또 시작하리라 다짐하며 쏟아지는 잠을 주체하지 못해 피곤한 육신을 맡겨 버렸다.
김상기
한국늘사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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