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건 갖다버려도 희망이는 못 버려.”
속초 동명동에 사는 허옥순(74) 할머니는 반려견 희망이(8)와 둘이서 살고 있다. 4년 전 춘천에 사는 딸 내외가 ‘선물’이라며 덥석 주고 간 희망이가 이제는 허 할머니의 둘도 없는 가족이 됐다.
“어디 나갔다 오면 반겨주고, 누우면 품 안에 쏙 들어와서 팔을 베고 자. 내가 몇 십년을 혼자 살았는데 희망이가 있으니 외롭지 않아서 좋아.”
남편과 11살 난 아들을 젊어서 잃고 혼자서 약초를 캐 딸을 뒷바라지했다는 할머니는 딸이 결혼한 후 20여년 간을 혼자서 살았다. 희망이는 할머니가 뽀뽀를 해달라고 하면 펄쩍 뛰어서 입을 맞춰준다.
“엉덩이에 종양이 생겨 병원에 입원하게 돼 희망이를 다른 곳에 맡겼는데, 이 녀석이 그렇게 보고 싶더라고.”
잘 돌봐달라며 강아지를 맡긴 딸이 이제는 ‘엄마는 손주들보다 강아지를 더 예뻐한다’고 타박하기도 한다.
“강아지는 내가 밥을 줘야 먹고, 내가 데리고 나가야 나가. 내가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모른 체 하겠어.”
허 할머니가 살고 있는 동명동 한 골목의 작은 집은 욕실 겸 사용하는 부엌 벽에 구멍이 나 있을 만큼 허름했다. 할머니는 허리통증 때문에 침을 맞으러 매일같이 한의원에 다니고 있다.
얼마 전 희망이가 뒷다리를 두 쪽 다 절어서 병원에 데려갔더니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수술비로 50여만원을 썼다. 어떤 날은 아침에 보니 눈두덩이 잔뜩 부어 병원에 데려가기도 했다. 할머니가 병원에 갈 일이 많은 만큼 희망이도 병원에 갈 일이 잦아졌다.
‘요즘 이 녀석이 내 돈을 다 쓴다’며 할머니는 육포를 가위로 잘게 잘라 희망이에게 줬다. 돈도 돈이지만, 입원하거나 멀리 갈 때 희망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고 몸이 아픈 날 희망이를 돌보는 게 힘에 부칠 때가 많아 할머니는 요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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