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그랑, 땡그랑.” 이른 아침 마을을 깨우는 종소리가 있었다.
두부 장수의 종소리가 울리면, 아침밥을 준비하던 엄마는 서둘러 그릇을 챙겨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두부판을 머리에 이고 오는 두부 장수 곁에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은 저마다 조금이라도 큰 두부모를 얻기 위해 옥신각신했고, 아침 밥상엔 어김없이 두부를 재료로 한 반찬들이 식구들의 숟가락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입안에서 뭉개지던 두부의 고소함은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따뜻함으로 자리하고 있다. 두부는 요즘도 서민 음식의 대표주자로 꼽히며 시장이나 마트에서 손쉽게 사 먹을 수 있는 건강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형식품업체에서 다양한 종류와 크기도 제각각인 두부가 판매대를 채우면서 과거 전통 재래방식으로 만들어진 두부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두부 맛이 다 거기서 거기지 별거 있냐”는 입맛 무딘 사람들의 이야기만 들으면 박리다매를 노리고 판매되는 두부를 사 먹어도 그만이겠지만, 이왕이면 더 건강하고 맛 좋은 두부를 원하는 사람들은 가격보다는 품질을 따지는 경우도 많다.
‘자연건강마을’ 수제 두부의 비밀
고성군 아야진에 위치한 ‘자연건강마을’ 심규호(58, 사진) 대표는 두부 마니아를 위한 명품 수제 두부를 10년째 만들고 있다.
특히, 100% 국내산 콩(양양, 정선 산)과 정제된 고성 해양심층수를 간수로 이용해 전통방식으로 두부를 생산해 판매하는 업체로 규모는 작지만, 두부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그 어느 곳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원재료의 가격이 높은 데다 모든 작업을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하루 열 시간을 꼬박 매달려도 150모밖에 생산할 수 없는 구조여서 두부의 판매 가격이 타 제품에 비해 비싼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현재 두부 600g에 6천원 정도의 가격을 받고 있는데, 저가의 두부들과의 경쟁에선 한참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판매처도 온라인으로 한정되어, 업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생산방식을 변경할 마음은 없다고 한다.
두부의 판매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중국산 콩을 사용하고, 화학 간수를 이용하면 되지만, 그럴 경우 두부가 딱딱해지고 쓴맛이 나,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의 양심으로 가격을 내리기 위해 두부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일은 할 수 없다”고 했다.
주 판매처는 ‘고성몰, 강원마트, 아이디어스’ 등의 온라인 마켓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두부의 주문량도 조금씩 늘고 있지만, 시간과 정성,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야 두부의 고소함과 부드러움을 유지할 수 있다 보니, 욕심만으로 두부 생산량을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젊은층 타깃으로 판매량 조금씩 늘어
처음부터 식품업을 할 요량으로 나름 전국의 지역 시장을 돌며 많은 공부를 했고, 그렇게 결정한 품목이 두부였다.
두부는 고기를 대신할 수 있는 유일한 식품으로 여전히 서민 밥상의 단골손님이었고, 최근 다이어트 열풍이 불면서 두부의 다양한 변신과 함께 두부 시장은 긴 역사만큼 미래도 밝아 보였다. 그렇게 10년간 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얻어낸 것이 지금의 ‘명품 수제 두부’다.
하지만 장인 정신을 갖고 시작한 사업은 이제 부업이 될 지경에 이를 만큼 경영난을 겪고 있고, 대를 이어 두부를 계승하겠다던 심 대표의 꿈도 주춤거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심 대표의 딸이 각종 블로그에 아버지의 두부를 소개하면서, ‘자연건강마을의 명품 수제 두부’ 마니아층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에 두부 스테이크. 두부 떡갈비 같은 새로운 메뉴의 두부도 곁들여 판매하고 있어, 젊은 층을 타깃으로 조금씩 판매량을 늘려나가고 있다.
옛 문헌엔 “기름에 부친 두부 썰어서 국 끓이고 파까지 넣으니 향기가 진하다”고 노래하면서 “맛없는 채솟국만 오래 먹으니 두부가 방금 썰어놓은 고기 비계 같구나. (중략) 오랑캐 머릿속에는 오직 우유 생각뿐이지만 이 땅에서는 두부를 귀하게 여기니 하늘이 백성을 보살피는 것이다”라고 노래했다.
두부의 역사는 길게 500년을 넘긴다고 보고 있다. 그 긴 세월 우리 곁을 지켜낸 이름, 두부.
심 대표의 두부 사랑은 그것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시대를 넘겨, 세대를 넘겨 구수함으로 우리네 밥상을 지켜낼 두부에 대한 장인 정신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김미영 기자 nurugo@hanmail.net
‘자연건강마을’ 심규호 대표.
‘자연건강마을’ 명품 수제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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