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들이 의기투합해 20년째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해 이·미용봉사를 하고 있다.
속초 노학동에 사는 이은희(61) 씨와 김형옥(56) 씨는 지난 1996년부터 교동성당에서 이·미용봉사를 시작했다. 김 씨가 두 달 먼저 시작했고, 우연히 알게 된 이씨도 함께 하게 됐다. 이들 외에 다른 두 명도 함께 이·미용봉사를 다녔지만, 지금은 사정이 생겨 이·미용봉사에 가끔씩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취미로 배워둔 이·미용기술로 봉사활동에 나서게 됐다.
“그 땐 저희도 젊어서 기운이 넘쳤고, 저희를 필요로 하는 사람도 지금보다 많아서 하루 열시간씩 봉사를 하곤 했어요.”
당시 교동성당에는 미용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었고, 미용용품을 판매하는 ‘한국양행’이라는 곳에서 기구를 지원받아 수많은 사람들에게 컷과 파마를 해줬다. 이후 청호동성당과 설악동성당, 파티마요양원, 까리따스수녀원 등에서도 함께 봉사해온 두 사람은 지금은 노학동주민센터에서 한달에 2회씩 노인들을 대상으로 머리를 손질해주고 있다. 이씨는 교동주민센터에도 나가고 있다.
“덥수룩한 머리가 예쁘게 변한 모습을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돈 받고 하는 일이었다면 그렇게까지 못했을 거예요.” 이은희 씨는 류머티스 관절염이 와서 몸이 아플 때도 봉사를 멈출 수 없었다.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었다.
김형옥 씨는 처음엔 밖에 나가 봉사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던 남편이 지금은 이·미용봉사가 있는 날이면 주민센터까지 태워주곤 한다. “어느 날 저희 아이가 일기에 ‘엄마가 봉사하러 나가는 게 자랑스럽다’고 써놓은 걸 봤어요. 제가 집을 비워도 아이들이 엄마가 좋은 일을 한다며 이해해주는 모습에 더욱 보람을 느꼈어요.”
파마를 해준 할머니가 다음날 돌아가시는 일도 있었다. 마음이 아팠지만, ‘예쁜 모습으로 가실 수 있어 다행이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길을 가다 보면 ‘저 분 머리를 예쁘게 해드릴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봉사하는 곳을 알려주기도 한다는 두 사람. 체력이 떨어져 전처럼은 힘들지만, 힘이 닿는 데까지는 계속 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김형옥(왼쪽)·이은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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