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좀 어떠시니?”
“수고하십니다!”
“기운내세요, 파이팅!!”
몇 주째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만나는 사람들은 이미 이웃 같아 눈인사와 안부를 묻게 된다.
어릴 때 같은 동네에 살았던 아주머니는 바쁘게 약장사 구경을 가고,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는 채소를 팔러 시장으로 간다. 한 손에 소주 몇 병을, 다른 한 손에는 고추 모종 몇 개를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 집으로 돌아가는 할아버지을 보고 ‘고추 키워 안주 하시려나’하고 상상을 해보는 시간이다. 시청 앞에 서서.
1인 시위를 한지 벌써 3주째다. ‘영랑호 내 수상스키 반대’ 운동이 몇 년을 끌며 이 지경까지 온 것에 대한 분노가 나를 시청 앞에 서게 했다. 2011년 속초 전 시장은, ‘속초시 수상스키웨이크보드협회(이하 협회)’에 17개 허가조건뿐만 아니라 매년 허가 갱신을 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영랑호 내 수상스키’를 허가해 주었다. 허가조건이 17개나 되는 것은 그만큼 ‘영랑호 내 수상스키 타는 행위’가 단순 레포츠 행위가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
속초시는 그동안 많은 민원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2015년에 협회의 허가 갱신을 불허했지만, 협회는 무단으로 수상스키를 운영하며 급기야는 ‘불허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영랑호 생태계 보전 등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여지를 고려하여 제한적 조건(이용 시기, 구역 등) 허가를 할 수 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전부 거부 처분한 것은 과잉금지 원칙(비례의 원칙) 위배’를 이유로 협회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에 속초시는 항소도 포기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새들의 서식처 위협, 소음, 수중 생태계의 문제뿐만 아니라 속초시가 법원에 제출한 불허 근거 자료를 보면 더욱 판결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비영리단체 동호회 활동으로 영랑호에서 수상스키를 타기 시작한 협회가, 수상스키를 이용하려는 동호인들에게 가입비와 이용료를 받아 불법영업 행위를 하였다. 시위하는 중 처음으로 관심 가져 주었던 시민이 한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잘하고 있네, 걔네들이 거기서 장사하쟎아!” 그 뿐인가, 수상스키 이용객은 시민들과 관광객이 호젓이 즐기는 영랑호 주변에서 술판을 벌리고 고성방가 하는 등의 행태를 벌여 많은 민원을 발생시켰다.
시청 앞에 서 있는 동안 단 한사람도 영랑호에서 수상스키를 왜 타면 안 되는지 시비하는 사람이 없었고, 되레 영랑호에서 수상스키를 타도 되는 지 묻은 시민이 많았다. 인근 지자체에서는 석호의 희귀성을 선점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속초시도 명품 경관을 가진 영랑호를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조례 제정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전임자의 잘못된 결정이 지금에 와서 발목을 잡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 결정자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김성미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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