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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문화로 거닐다<175> / 어르신 덕담 손글씨 동호회
평범한 일상이 특별해지는 순간, 우리는 상도문 아티스트
등록날짜 [ 2019년09월09일 12시07분 ]

오전 11시 반이 되자 고선희씨가 들어온다. 이 수업의 반장이기에 솔선수범하느라 일찍 오셨다고 한다. 비닐봉투와 신문지가 손에 가득이다. 체험 후에 가지고 갈 봉투, 책상이 더러워지는 걸 방지하기 위한 신문이다. 도문농요전수관 1층 사무실에 있는 아크릴 물감을 들고 2층으로 간다. 12시가 되자 김택규 어르신이 들어오신다. 마을 곳곳에서 주워온 돌멩이가 한 가득이다. 울퉁불퉁 못난 돌이지만 마을에서 나오는 돌이 더 좋을 것 같아서 가져오셨다고 한다. 이윽고 마을 이야기꾼 문혁주 어르신을 비롯해 총 7명이 다 모이셨다. 간단히 서로의 역할을 나누더니 책상을 배치하는 등 수업할 준비를 한다.

처음 마을선생님으로 활동한 날
오늘은 ‘어르신 덕담 손글씨’ 수업을 듣는 주민들이 처음 마을선생님으로 활동하는 날이다. 설악산국립공원관리소에서 사회적 약자층에게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행사라고 한다. 그곳에서 상도문마을의 손글씨와 염색을 체험하러 온다. 염색은 전문 강사가 마을에 입주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마을체험의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손글씨는 어르신들이 지난 2월부터 매주 2회씩 박계화 캘리그라피 강사에게 배운 결과물이다. 이제 6개월이 되었다.
“처음에는 쑥스러웠지,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배울수록 너무 재미있는 거야.” 노영자 어르신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수업에 빠진 적이 없을 정도로 매주 참여한 학생이다. 아직 누군가를 가르칠 정도는 아니어서 두렵다. 그래도 약간은 설렌다는 말도 덧붙인다. 자신이 배운 내용을 누군가에게 전달해준다는 일이 설레임을 안겨주었다.
“우리가 누구 가르칠 정도는 아니고 그저 우리 마을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마을의 가치를 알게 되니까 좋은 거지.” 문혁주 어르신은 마을 전담 해설사이다. 매곡 오윤환과 이재 박지의라는 마을 인물과 마을의 자산을 제대로 정립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도 체험을 하기 전에 10여분간 마을 설명을 하셨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상도문 마을의 역사가 깊어진다.
“훈장님이 마을을 설명해 주시니까 우리가 더 근사한 것 같지 않아요?” 마을 설명이 끝나자 고 반장이 체험 방법을 설명해 준다. 오늘은 돌아트이다. 조그마한 돌을 깨끗이 씻은 후 어르신들이 만들어 온 작품을 모델로 자신이 그리고 싶은 내용을 그리면 된다. 30명의 체험객 사이로 다니며 돌을 보여주고 밑그림의 소재를 알려준다. 붓질이 서툰 이에게는 밑그림을 그려준다. 처음에는 쑥스러워서 우왕좌왕 했지만 이내 체험객들에게 상세히 알려준다. 그동안 수업 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시간이다.
이날 첫 체험수업은 무사히 끝났다. 손글씨 수업을 듣는 마을주민 모두 나와서 함께 준비하고 진행한 결과이다. 체험객도 만족한 모습이다. 특히,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세심하게 체험시간을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나 보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김보경씨는 마을의 자원으로 마을주민이 직접 체험행사를 진행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한다.

‘돌아트’로 전국 생활문화축제 참가
상도문 문화마을 ‘어르신덕담손글씨’ 회원은 9월 29일 또 한번의 특별한 경험을 준비하고 있다. 청주시에서 개최하는 전국 생활문화축제에 참가할 계획이다. 지역문화진흥원에서 개최하는 이 행사는 전국의 생활동호인이 함께 교류하면서 생활문화 활성화의 현재를 확인하는 자리이다. 속초에서는 처음으로 참가한다. 이날 참가하는 체험도 ‘돌아트’이다.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상도문문화마을 사업에서 상도문을 대표하는 문화브랜드로 ‘돌담’을 정했다. 그래서 손글씨 수업의 대표 체험도 ‘돌’을 활용한 돌아트이다. 현재는 돌에 밑그림을 그리고 가벼운 채색을 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꿈의 크기는 작지 않다. 마을 솔숲에 손글씨 작품을 전시하는  ‘구곡갤러리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 마을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곳에 갤러리를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거기서 차도 팔고, 우리 작품도 전시해서 마을의 이야기를 전달했으면 좋겠어요.” 정연선 어르신은 커뮤니티 공간을 제안한다. 마을 주민의 문화예술 활동은 자연스럽게 공간의 재생과 마을 이야기의 확대로 나아갔다.
손글씨 수업의 큰형님으로 통하는 박용범 어르신에게 이 수업의 어떤 점이 가장 좋은지 물었다.
“손글씨를 배우기 전에는 자연 풍경이나 그림을 허투루 보았는데 이제 작품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겼어. 그게 제일 좋아. 자연이 다 배움터야.”
상도문 문화마을에서 손글씨 회원들은 마을 아티스트를 담당하기로 했다. 마을에서 예술을 배우고, 마을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예술을 가르치고, 스스로 예술가의 눈으로 마을을 가꾸기로 했다. 상도문 돌담마을의 대표 브랜드가 돌담이 아니라 손글씨가 될지도 모른다. 그 결과에 대한 궁금증보다 어르신들의 실력이 어떻게 마을을 디자인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어르신 덕담손글씨의 반장 고선희씨. 체험수업 전에 전체 일정과 체험방법을 알려주는 등 동호회의 큰일꾼이자 시를 직접 짓고 낭송도 하는 활동가이기도 하다.
마을 이야기꾼 문혁주 어르신의 마을 설명. 매곡 오윤환과 이재 박지의 등 마을의 대표인물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재미있게 전개된다.
상도문 돌아트 체험은 어르신들이 만든 돌아트를 견본으로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단순한 듯 보이지만 미리 밑작업을 하고 마지막에 바니쉬를 칠해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간다.
첫 마을 선생님 활동을 한 후 개선점을 의논하는 회원들. 상도문 마을주민 7명이 참여했다.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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