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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어부의 삶 애환 녹아있는 ‘고성어로요’
도 무형문화재 지정 이끌며 맥 이어온 곽상록 보존회 회장 / 회원 42명…전수생 대부분 나이 많아 명맥 끊길까 걱정
등록날짜 [ 2019년09월09일 11시51분 ]

좀 오래 묵은 이야기다. 조금 이른 퇴근길 버스에 오르면 항상 들리던 소리가 있었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라디오 프로그램. 돌리는 채널마다 흘러나오던 유행가나 팝송이 아닌 배경 음악 하나 없이 투박하고 거친 음색으로 읊어대던 소리를 듣고 있자면 괜히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지곤 했다. 이미 사라진 소리, 사라지고 있는 소리. 버스 차창밖에 바삐 돌아가는 세상이 내뱉는 잡음과 아주 오랜 역사의 어느 즈음에서 아직 살아 숨 쉬고 있는 우리 선조들의 삶의 애환이 담긴 소리는 저 끝에서 저 끝으로 아주 다른 세계였다.

어로요 들으며 자란 마지막 세대
2015년 5월 8일 지정된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27호 고성 어로요는 고성지역에서 다양한 어업활동을 하면서 부르며 전승된 노동요이다.
그 때는 하나같이 가난했고, 바다에 나가지 않으면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대를 살아낸 우리 어민들은 매일 같이 반복되는 그 고생스런 삶을 이겨내기 위해 하늘에 빌고, 바다에 빌며 생을 이어갔다.
고성의 어로요는 바로 그 시절의 소리다. 이제 고성의 그 어느 바다에서도 들을 수 없는 사라진 소리이기도 하다.
그렇게 잃어버린 우리의 소리를 찾아 도 무형문화재 지정으로 어로요의 맥을 잇게 한 사람은 바로 어로요보존회 곽상록 회장(64, 사진)이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뱃일을 배우며 아버지 세대의 어민들이 부르는 어로요를 들으며 자란 마지막 세대이다.

고된 어부의 삶에 활력 줬던 소리
고성 어로요의 내용은 작업 단계 마다 달라진다.
대표적인 ‘명태잡이 소리’는 배 내리고 올리는 든대질 소리, 노 젓고, 그물내리는 소리, 그물 당기고 푸는 소리, 명태 벗기고 세는 소리, 상덕하기와 관태소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명태를 가래로 떠넘기면서 부르는 소리를 ‘배 지우는 소리’, 명태 세는 소리를 ‘장자요 부자요’라고 하는 등 풍부하게 전승되고 있다.
명태잡이소리 외에도 멸치를 잡아 만선으로 귀향하는 고깃배를 맞이하며 풍어의 즐거움을 노래하는 ‘반바후 후리질 소리’가 있고, 공현진 앞바다의 곰바위, 불근내바위 등에서 힘겨움을 잊기 위하여 부르던 ‘곰바위 미역 따기 소리’ 등이 전해진다.
그 나마 우리가 고성 어로요의 내용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던 건 곽상록 회장의 공이 컸다. 이제 사라져버린 어로요를 되살리고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삶을 살고 있다.

어로요전수관·어구박물관 건립 계획
그렇게 2011년 고성 어로요보존회를 결성하고, 그 해 강원민속예술축제 최우수상, 2012년 제53회 한국민속예술축제 금상 등을 수상하며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이후 각종 축제와 대회에 참가하면서 고성 어로요의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각인시키기 위해 생업도 포기한 채 어로요 전승에 매진해왔다.
그는 어로요보존회를 지속 발전시키기 위해 실제 어부였던 서재호 선생과 손동식 선생을 제27호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받게 했으며, 고성 어로요보존회를 보유단체로 인정받게 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어로요 공연은 고성명태축제 36회, 수성문화제 5회, 2018 평창동계올림픽 페스티벌 공연 4회 등 지역과 전국적으로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에 빠지지 않는 ‘우리의 소리’로 자리매김 되었다.
현재 보유단체의 회원은 42명. 요즘 곽 회장은 걱정이 많다.
어로요를 전수받겠다는 젊은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큰 것 같다. 현재 전수학생들도 대부분 나이가 많고, 처음에 뜻을 같이 했던 젊은이들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어로요의 명맥이 이대로 끊기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곽 회장은 걱정에 그치지 않고 또 다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바로 고성 어구박물관 건립이다.
“고성 어로요보존회 전수관을 만들고, 과거 고성 어민들이 사용하던 어구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고성 어구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해 어구들을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되고 척박했던 어부의 삶, 그 삶의 훈장으로 생겨난 주름지고 굵어진 그 손마디를 기억하고 있는 어구들, 그리고 그들의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어로요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우리의 것’, ‘고성의 역사’다.                        김미영 기자
곽상록 어로요보존회장이 그물 내릴 자리를 표시하는 부표(때)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제17회 명태축제에 참여해 공연하는 모습.
 

김미영 (nurugo@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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