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오기 전에 보상을 포함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해결된 것은 없고 비좁은 임시 조립주택에서 추석을 쇠야 하니 서글픕니다.”
지난 4월 4일 발생한 고성·속초산불로 장사동 장천마을에 마련된 7평(24㎡) 규모의 임시 조립주택에서 5개월 가까이 대피생활을 하고 있는 엄모(70) 씨는 지난달 27일 “추석이 다가와도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엄 씨는 “지난해에는 온 가족이 다모여 추석명절을 보냈는데 올해는 산불에 집이 다 타 제사를 지낼 수 없어 그냥 포만 하나 들고 산소에 가서 절만 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그렇다고 추석에 고향을 찾겠다는 자식들을 내려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자식들과 비좁은 임시 조립주택에서 지낼 수 없어 시내에 임시 거처를 얻기로 했다”며 “추석 전에는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어 더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장천교 인근 산불피해가옥 복구현장에서 만난 심수길(67) 씨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심 씨는 “다른 이재민들에 비해서는 집을 빨리 짓고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올 추석은 임시 조립주택에서 보낼 수밖에 없어, 추석이 와도 명절 분위기를 못 느끼겠다”고 했다. 심 씨는 지난 4월 산불로 가옥과 농산물보관창고 등이 불에 탔었다. 언제 지급될지도 모르는 산불피해보상금만 한 없이 기다릴 수 없어 산불성금에 자부담을 합쳐 주택 신축을 하고 있는 심 씨는 산불피해보상금이 충분히 지급되지 않을까봐 불안하다고 했다.
심 씨는 “건축비용이 색각보다 너무 많이 올랐다. 평(3.3㎡) 당 건축비가 600만원에 이르다 보니 충분한 보상이 안 되면 이재민들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한전과의 합의가 잘 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는 또 “건조장이 불에 타 당장 벼를 베어야 하는 데 보관할 공간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산불피해 이재민인 최원규 속초농협 조합장은 “예전에는 추석을 앞두고 마을주민들이 수확한 햅쌀과 고추 등의 농산물을 서로 나눠주기도 했는데, 올해는 산불로 농사도 거의 안 되다보니 인심도 쓸 수가 없을 것 같다”며 “대부분의 이재민들이 비좁은 임시 조립주택에서 생활하다 보니 가족들이 명절이라고 찾아오는 것도 난감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산불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도 추석을 앞두고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장일기 속초고성산불피해자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추석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산불피해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대책은 거의 없어 상공인들이 어느 때보다 쓸쓸한 추석을 맞게 됐다”며 “산불피해지원 추경예산이 국회에서 처리됐어도 10월에나 지급이 가능한데다 그것도 현금이 아닌 바우처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난감하다. 추석 이전에 산불 피해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지원금액의 10%라도 현금으로 지급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지난달 27일 찾은 장천마을은 산불피해가옥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대형산불 당시 가장 많은 주택피해를 입은 마을회관 뒤 산불피해지에서는 5가구의 건축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고, 임시 조립주택단지 인근에서도 주택건축과 기반조성작업이 한창이었다. 대형 산불 당시 전소된 장천교 인근의 물류창고도 대부분 복구된 상태였다. 고명진 기자
지난 4월 산불로 가옥과 농산물보관창고 등이 불에 타는 피해를 입은 심수길 씨가 지난달 27일 자신의 주택 건축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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