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상처받은 개들을 보고 많이 울었어요. 개에게 돈을 쏟아 붓는다고 미쳤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개와 함께 사는 게 행복해요.”
속초 동명동에 사는 정성실(61) 씨는 3마리의 유기견과 함께 살고 있다. 그 중 첫 번째로 들어온 예삐(추정 16세)는 13년 전 시장에 가다가 온 몸이 칼로 난도질돼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해 병원으로 데려갔던 개다. 두 번째로 입양한 반려견은 집 앞 길가에 버려져 있던 삼순(추정 16세)이다. 당시 삼순이의 배는 잔뜩 부풀어 있었다. 병원에 데려가 보니 뱃속에 종양이 가득 차 있다고 했다. 그 뒤로도 눈 백태 수술, 이빨 뽑는 수술에 많은 병원비가 들어갔다. 세 번째로 입양한 삼식이는 관절이 좋지 않아 약을 먹지 않으면 일어서지 못한다.
정 씨는 길고양이들에게 먹이 주는 일을 하다가 전에 살던 동네에서 쫓겨나다시피 이사 간 일도 있었지만, 동물들을 돌보는 일을 멈출 생각은 없다. 정 씨의 바람은 사람들이 동물을 학대하거나 유기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설악애견에 근무하는 오정민(43) 씨는 7마리의 유기견과 13마리의 길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아 함께 살고 있다. 개들 중 한쪽 다리가 없는 깜돌이(추정 4세)를 비롯해 네 마리가 몸이 불편하거나 병에 걸려 버려졌던 유기견들이다.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만난 딱한 유기견들을 못 본 체 할 수 없어 입양했다.
오 씨는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봉사하던 인연으로 애견 미용사 일도 하게 됐다. 동물들과 함께 하면서부터 점점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성격이 한층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월급의 상당부분을 개와 고양이의 사료값 등으로 지출하지만, 그 역시 동물들과 함께 하는 것이 무엇보다 행복하다.
“전 주인에게 학대를 당해 대퇴골이 부러진 개를 데려왔는데, 계속 저를 경계하더니 일주일 째 되는 날 갑자기 와서 안기더라고요. 그런 일들이 제 마음을 착하게 만들어줘요.”
오 씨는 동물 유기나 학대에 대한 처벌이 좀 더 분명해지고, 동물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진료비를 정부 차원에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 반려동물이 병에 걸리거나 다칠 경우 견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성실
오정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