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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가 나 살던 집이야, 아무 것도 없어”
임시 주택서 여름 나는 고성산불 이재민 강종여 할머니 / 수술 후유증으로 거동 불편…아들·손녀와 최소한의 생활
등록날짜 [ 2019년08월12일 16시39분 ]
강종여(76) 할머니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4월 4일 발생한 고성 산불은 할머니와 아들 그리고 중학생 손녀와 함께 지내던 집과 집안 모든 살림살이까지 완전히 태워버렸다. 설마 우리 집까지 올까했던 산불은 돌풍과 함께 빠른 속도로 번졌고, 집을 비운 아들을 기다리며 집을 지키던 할머니는 손녀의 손만 잡고 피신을 해야 했다. 폐물은커녕 옷가지 하나 챙기지 못한 채 피신한 할머니는 먼발치에서 자신의 집이 잿더미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표현이 이런 것일까? 가슴은 먹먹했고,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단다. 그렇게 4개월이 흐른 지금, 할머니는 고성군 토성면 인흥1리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주택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얻어 지내고 있었다.
낮 기온이 36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서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연신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붉은 고추를 다듬던 할머니는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 질문에 당장은 지낼 곳도 있고, 전국 곳곳에서 보내준 구호품으로 마련된 살림살이들이 있어 견딜만하다 말했지만 말끝에 새어나오는 깊은 한숨에 그간의 마음고생을 읽을 수 있었다.
할머니는 고추 다듬던 손을 멈추고 임시 주택 건너편을 가리키며 “저기가 나 살던 집이야, 이제 잿더미가 돼서 아무 것도 없어 아무것도.”
강 할머니가 머물고 있는 숙소를 들여다봤다. 컨테이너박스를 개조해 원룸형태로 지워진 임시주택은 23㎡정도의 크기로 안에는 화장실 겸 욕실이 있었고 방 한 쪽에 주방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그저 최소한의 생활만 가능한 상태였고, 집안 곳곳엔 재활용쓰레기들이 널려 있고 주방 설거지통에는 몇 끼니를 해결했을 법한 그릇들이 쌓여 있었다. 장애 4급 판정을 받은 할머니는 수술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해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이나 겨우 할 뿐, 힘쓰는 일은 아들과 손녀의 몫이라고 했다. 자신은 살만큼 살아 괜찮은데 중학교에 다니는 손녀가 걱정이라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할머니는 답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현재까지 산불이재민들의 피해 보상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보상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진 지금 임시숙소에서 지내야 하는데, 집이 완전히 전소된 가구에 대해서는 2년간 임시주택이 허용될 예정이고 보상금으로 새로이 살 집을 마련해야 한다. 보상금 말고는 기댈 곳이 없는 강 할머니 같은 경우는 지금 보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였다.
마침 일용직으로 일을 하고 있다던 아들이 마른국수를 한가득 들고 들어왔다. 마을 사람 몇몇과 국수로 끼니를 때울 모양이었다.
“무슨 국수를 그렇게나 많이 하느냐”라는 물음에 “여기에 밥 먹으러 오는 사람은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이라는 아들의 대답에 할머니는 어이없는 헛웃음을 지었다.
“맞아, 우리 보다 못한 사람도 많아.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 아프리카엔 마실 물도 없이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 천지라잖아. 그냥 내려다보다 살아야지.”
더위에 건강 챙기시라는 억지 인사를 하고 돌아 나오는 발길이 가볍질 못했다.
할머니가 내려다보며 산다는 세상은 또 어디에 있는 건지.
고성 산불 피해로 이재민이 되어 하루를 사는 게 아니라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김미영 기자
고성 산불 이재민 강종여 할머니가 고추를 다듬고 있다.
김미영 (nurugo@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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