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관광수산시장 새마을금고 인근에 주변 상점들과는 약간 다른 느낌의 가게가 하나 있다. 정육점과 수산물 판매점 사이에 위치한 가게는 외관이 복고풍이고 간판에는 작은 글씨로 ‘땅콩상회’라고 돼 있다. 간판만 보고 견과류 판매상이라고 짐작해보지만 가게 내부에는 땅콩이나 호두 같은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땅콩상회’는 작년 늦가을에 문을 연 카페로 커피를 비롯한 음료 외에도 지역 수제 맥주와 순두부젤라또를 주 메뉴로 한다. 가게는 좁은 면적이지만 3층까지 이어져 있고 가게 안에서는 경쾌한 음악과 뮤직비디오가 손님을 맞이한다. 2층에 올라가 시장 반대편으로 뚫린 창밖을 바라보면 수십 년 된 가옥의 낡은 지붕들이 저 멀리 오르막까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땅콩상회’라는 이름은 매장이 작고 길쭉해 그렇게 붙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가게는 이전에 오래도록 땅콩을 팔던 곳이었다.
이 가게의 주인은 올해 서른하나인 김대연 씨다. 30대 초반은 창업을 하기엔 이른 나이로 보이지만 그는 사업 경험이 일천하지 않다. 강릉에서 고깃집을 운영한 바 있고 그 전에는 호주에서 한식 카페를 했었다. ‘땅콩상회’는 사회 초년생이 멋모르고 시작한 그저 그런 카페가 아닌 것이다.
그가 창업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 군에서 제대한 몇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대한 지 얼마 안 된 패기 넘치는 젊은이는 호주로 여행을 갔었는데 그곳에 오래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에 현지에서 취업을 하게 됐다. 그는 당시 영어를 잘하지 못했지만 영어가 능통한 한국인에게서 필요한 표현들을 집중적으로 익힌 다음 현지 대형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는 서툰 표현이었지만 진심을 다해 레스토랑 주인을 설득했다. 주인에게 돈을 받지 않아도 좋으니 하루만 일을 시켜 달라고 했고 주인은 마지못한 듯 그날 하루 일을 하도록 허락했다. 그는 창고에서 짐 정리를 하고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는 등 여러 가지 일들에 최선을 다했고 일을 마치자 주인은 흡족한 듯 그에게 그다음 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라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그곳에서 일하며 점차 주방 일을 거들게 됐고 돈도 차곡차곡 모을 수 있었다. 그가 호주에서 연 한식 카페는 이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호주에서의 경험은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교사인 양친을 둔 체육교육과 졸업생인데 교사의 길 대신 다른 길을 선택했다. 회사 생활을 잠시 한 후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서울 출신임에도 바다를 좋아해 강릉에서 고깃집을 열었고 틈틈이 속초를 오가며 장소를 물색했다.
김대연 대표는 ‘땅콩상회’의 인테리어를 장시간에 걸쳐 본인 손으로 직접 하면서 공을 들였다. 여러 물품들을 이리 붙였다, 다시 뜯었다 하며 고민을 거듭했다. 그 결과 생선을 담던 상자는 그의 가게에서 멋진 인테리어 소품으로 거듭났다.
“재밌는 가게를 만들고 싶어요. 재밌는 일을 하면서 즐거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는 손님이 감동을 받는 가게를 추구하고 있다. 그가 재밌게 일하려는 것도 고객 감동을 목표로 한다. 스스로 즐거우면 손님에게도 즐거움을 전달할 수 있고, 손님의 감동은 다시 본인이 더 열심히 일하는 동력이 된다고 믿는다.
김대연 대표는 앞으로 좀 더 바빠질 예정이다. 강릉에 가게를 하나 더 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 특색을 담은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그는 요즘 바빠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다고 말하지만, 표정만큼은 너무 밝고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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