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단순했다. 속초, 양양, 고성의 청년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놀까? 졸업한 선배들은 뒤도 안돌아보고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했다. 경동대 재학생들은 마음 붙일 곳이 없었다. 직장 다니는 2030은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술집에는 가득하다. 소위 청년문화가 사라진 속초. 왜 청년을 위한 공간, 청년을 위한 시간은 없는 걸까? 속초지역 청년 모임 ‘2030 나르샤’(이하 나르샤, 회장 이지나)는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연탄봉사로 시작…문화이벤트 주관
‘나르샤’는 2013년 겨울 결성되었다. 평소 자주 만나던 경동대 학생 10여명이 주축이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청년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의 구심이 될 수 있는 ‘이벤트’와 ‘활동처’가 필요했다. 이벤트는 ‘봉사’로 정했다. 봉사점수가 필요한 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활동처는 속초에서 제일 큰 인터넷 카페로 정했다. 만날 수 있는 폭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나르샤는 2013년 ‘연탄봉사’를 하며 비슷한 젊은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2014년은 ‘나르샤’ 구성원의 재능을 활용한 문화조직의 면모를 갖추게 된 해이다. 속초 시내에 위치한 카페 ‘맑음’에서 펼친 일일카페가 계기였다. 공예, 타로, 심리상담 체험 등의 콘텐츠를 갖추고 전단지를 만들어 홍보했다. 청년들 사이에서 나르샤 이름이 퍼지기 시작했고 새로운 만남도 많았다. 재능있는 친구들도 모였다. 모임가입의 이유는 달랐지만, ‘청년문화’에 대한 갈증에는 공감했다.
2015년 나르샤는 본격적으로 문화이벤트를 주관했다. 설악문화제 기간 중 체험부스를 운영했다. 교동 먹거리 번영회의 문화이벤트에서는 10월 31일 ‘청춘하다’라는 타이틀로 작은 축제도 주관했다. 공연 프로그램 구성과 섭외부터 각종 체험프로그램, 전단지 홍보까지 적극적으로 뛰었다. 생각보다 많은 청춘들이 합류해 주었다. 야간까지 이어진 공연과 체험은 청년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삼성이 서울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주최한 ‘홀가분’ 이벤트에도 부스 하나를 맡았다.
40여명 활동…“속초를 더욱 젊게”
2년의 기간 동안 나르샤는 40여명 정도가 활동하는 조직이 되었다. 소울시어터나, JM밴드같은 청년 예술가들도 만났다. 자신감이 생겼다. 제대로 된 조직으로 활동하기 위해 비영리단체 고유번호증도 발급받았다. 속초관광수산시장 2층의 청년사업부터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있다.
이지나 회장에게 나르샤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나르샤가 활성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해볼 때가 많아요. 청년문화가 형성되고, 다양한 분야의 청년 일자리가 생겨나고, 속초도 더욱 젊어지지 않을까요? 그때까지 나르샤는 계속 날아야죠.”
나르샤 회원으로 활동하는 고나영씨에게 나르샤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물었다. “속초처럼 멋진 곳이 없잖아요? 청춘들이 속초에 오래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되면 이병선 시장님과 만나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요. 우리가 속초의 미래가치 아닌가요?”
70, 80년대에 존재했던 ‘청년문화연구회’는 현재 속초예총의 주축이 되었다. 청년문화모임 ‘2030나르샤’는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까. 갯마당, 소울시어터, JM밴드, 신천무용단의 청년예술가들과 함께 만들게 될 속초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기대해 본다.
김인섭 속초문화원 사무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지난해 10월 31일. 2030나르샤가 주관한 교동먹거리촌 문화이벤트 ‘청춘하다’. 나르샤 회원들이 공연, 공방, 타로점, 심리상담, 캘리그라피 등 다양한 재능을 선보인 자리였다. 이들은 속초민예총과 함께 오는 6월 강원도민체전 특별 문화이벤트를 교동먹거리촌에서 다시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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