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에서 ‘맥주사랑’ 하나로 똘똘 뭉쳐 토종 생홉을 재배하며 브루어리 창업을 꿈꾸는 형제가 있다.
토성면 아야진 도로변 250평 밭. 수십개의 전봇대에 초록색 넝쿨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최승원(40)·요한(26) 형제가 운영하는 ‘최씨 형제 홉농장’이다.
“서울에서 펀드매니저 일을 하는 형과 나이 차이도 있고 떨어져 지내다보니 서로의 취향도 모르고 지냈어요. 그런데 우연찮게 맥주라는 공통점을 발견했고 수제맥주의 원료인 홉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형제는 처음에는 홈브루잉으로 원하는 맥주를 만들어 먹으려고 재배를 시작했던 것이 창업아이템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지난해 2월 홉 재배를 시작해 올해로 2년차를 맞고 있는 그들은 ‘캐스케이드’, ‘월라밋’, ‘ CTZ’ 등 3종류의 홉을 재배하고 있다.
요한 씨에 따르면 자몽향이 나는 캐스캐이드는 알파산 5.5~9% 정도로 양조에 가장 많이 쓰이며 쓴맛을 낼 때나 아로마향을 입힐 때 사용된다. 풍부한 오렌지 향이 나는 CTZ은 콜럼버스, 토마호크, 제우스의 교합종으로 알파산이 14.5~16.5%로 높아 요즘 유행하는 인디아 페일 에일(IPA) 맥주의 원료로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또 줄기와 잎, 꽃이 모두 연두빛이라 화훼로도 많이 이용된다.
“홉이라고 하면 맥주 원료로만 생각하는데 에스트로겐이 풍부해 갱년기 여성이나 신경계·소화질환에도 큰 효능이 있어요. 말려서 차로 마시고 인테리어에도 이용될 만큼 활용도가 높죠.”
지난해 8월에는 첫 수확치고 꽤 좋은 품질의 홉을 수확해 속초 크래프트루트와 홈브루잉 고객들에게 판매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첫 재배라 월라밋 구화에 실패하고 곰팡이가 생기는 등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올해는 지난달 갑작스런 폭염으로 열매가 작게 달리긴 했지만, 수확에는 어려움이 없을 듯합니다.”
승원·요한 형제는 그들이 직접 농사지은 홉으로 그들의 취향에 맞는 브루어리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수제맥주는 시중에 유통되는 맥주보다 풍미가 남달라요. 훨씬 부드러우면서 묵직한 바디감이 편안함을 주죠. 맥주를 좋아하는 ‘맥덕’들에게 제가 만든 맥주를 선보이고 싶어요.” 우지현 기자
동생 요한 씨가 직접 재배한 홉으로 홈브루잉한 맥주를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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