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황상기 대표의 자택에는 황 대표 내외만 살고 있지만 그들의 자녀들이 아직 어리던 시절에는 대가족이었다. 황 대표의 양친과 자녀들 외에 동생들도 한 집에 살았다. 황 대표는 연로한 부친을 대신해 가장 역할을 맡아 동생 모두 결혼시키며 자식들을 길렀다. 그가 근검절약하며 악천후에도 쉬지 않고 차를 몰았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황 대표는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일했기에 어린 자식들의 얼굴을 마주하기 쉽지 않았다.
황 대표의 딸 유미 씨는 어린 시절에 크게 말썽을 부리지 않은 밝고 평범한 아이였다. 유미 씨가 직접 꾸민 앨범을 보면 유미 씨는 그의 부친처럼 매우 선량하게 웃고 있다. 황 대표 부부에 따르면 유미 씨는 평소에 웃음이 많았고 부모의 기분이 안 좋을 때면 다가와 밝게 웃으며 마음을 달래주는 착한 딸이었다. 유미 씨의 어머니는 이런 유미 씨가 설령 잘못을 하더라도 크게 혼낼 수가 없었다. 둘째인 관계로 맏이와 막내 사이에서 힘든 딸이 안쓰러워 유미 씨를 아꼈다.
방에 신화 팬클럽 물품 가득
유미 씨는 학창 시절 교우 관계도 좋았다. 친구들과 목걸이와 반지를 함께 만들어 끼고 다닐 정도로 잘 어울렸다. 수업을 마치면 친구들을 자주 집으로 데려왔고 등교도 친구들과 함께했다. 유미 씨가 어느 날 교문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지각한 적이 있다. 본인은 학교에 늦지 않았지만 오지 않는 친구를 계속 기다리다 교실에 늦게 들어갔다. 이 일로 인해 유미 씨는 교사에게 심한 체벌을 받았고 허벅지가 새까맣게 멍이 든 채로 하교했다.
유미 씨는 어릴 적부터 살갑고 섬세했다. 컴퓨터를 잘 다뤄 어머니에게도 컴퓨터 사용법을 알려 주기 위해 노력했는데 꼼꼼하게 잘 설명했다.
유미 씨는 당시 여는 또래들처럼 연예인에 관심이 많았다. TV에 가수가 나오면 그들의 노래를 하나하나 따라 부르며 좋아했다. 용돈이 생기면 가수들의 음반을 샀는데 10대 시절 유미 씨가 모은 음반이 한 아름 정도였다. 유미 씨는 가수들 중에 ‘신화’를 특히 좋아했다. 신화 팬클럽으로 활동한 유미 씨의 방에는 풍선이나 옷 등 신화 팬클럽 물품으로 가득했다.
신화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가족을 놀라게 한 일이 있다. 중학생 때 어느 일요일 아침 일찍 집에서 사라진 것이다. 언니와 동생에게 물어봐도 어디로 갔는지 몰랐고 친구에게 전화해도 역시 소재를 아는 이가 없었다. 유미 씨의 행방은 오후에 한 통의 전화가 오면서 밝혀졌다. 집으로 걸려온 전화에서 유미 씨는 신화를 보기 위해 팬클럽 회원들과 서울에 있으며 미리 얘기하면 못 가게 할까봐 그랬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무던한 딸의 돌발적인 행동에 화가 났지만 따끔하게 몇 마디만 하고 넘어갔다. 여린 딸이 눈물을 흘릴까봐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가정형편 생각해 삼성전자 입사
황 대표는 고등학교 3학년인 유미 씨의 진로 선택을 앞두고 유미 씨가 대학에 가서 좀 더 배우길 바랐다. 어머니 역시 딸이 대학에 입학하길 원했다. 하지만 유미 씨는 가정형편을 생각해 취업을 선택했고 졸업도 하기 전에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속초상고에서 성적이 상위 30% 안에 드는 학생들 중에 열 명을 채용했는데 유미 씨는 성적이 좋은 편이라 면담을 거쳐 여기에 포함될 수 있었다.
유미 씨가 대학 진학이 아니라 취업을 하려고 했을 때 황 대표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딸이 강하게 취업을 원하는 데에다가 삼성전자에 가게 돼 생각이 약간 바뀌었다. 딸이 진학을 하지 않은 것이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론 좋은 직장에 가게 돼 잘 됐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유미 씨의 어머니는 초지일관 딸이 진학이 아니라 취업을 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유미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3년 10월에 속초를 떠났고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유미 씨의 일기에 따르면 입사 이후 스트레스가 심했다. 공장에서 상급자들에게 잔소리를 자주 들었다. 기숙사에서도 막내로서 고달픔을 감내해야만 했다. 유미 씨는 입사 초기에 일이 힘들어 퇴사를 하고 싶단 생각도 했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며 버텼고 부모님에겐 힘든 내색을 별달리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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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 황상기 반올림 대표
정리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황유미 씨의 어린 시절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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