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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문화원 향토문화학교 ‘행복한 노래교실’ 현장 스케치
열정적 노래와 율동·환호성…“오늘도 즐거우셨나요?”
등록날짜 [ 2019년07월08일 09시30분 ]

지난 2일, 속초 교동 속초남부새마을금고 3층. 오후 1시 30분에 시작하는 노래교실을 앞두고 1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3층까지 오르는 계단은 다른 건물보다 가팔라 보였지만 어르신들의 발걸음은 그리 무겁진 않았다. 미리 도착한 어르신들은 여기저기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기다리는 마음이 좋아요. 기다려지기 때문에 일찍 오는 거죠.”
한 어르신은 일찍 나온 이유를 이렇게 얘기했다.
수업 담당자인 홍철 강사도 1시간 전에 도착해 수업을 준비했고 이 수업의 총무인 홍주란 씨도 속속 도착하는 이들에게 차를 권하며 수강생들의 신청곡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1시 무렵이 되자 수강생 여섯 명은 한 명씩 단상 앞으로 나가서 각자의 신청곡을 불렀다.
“세상을 다 가져 갈 끼가 천만 년을 살 끼가 그냥저냥 살다가 가면 되지.”(노래 ‘세월강’)
신청곡을 부르는 이들이 신나게, 때로는 애절하게 한 곡씩 뽑아내자 자리에 앉은 수강생들도 다 함께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고 홍철 강사는 전자오르간을 연주하며 반주기의 가락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한 사람의 곡이 끝날 때마다 사람들은 크게 환호하며 용기를 북돋웠다. 정식 수업이 시작도 하기 전에 그렇게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그 와중에 사람들은 계속 도착했고 서로 인사를 하며 한 마디씩 나누느라 좌중이 조금 어수선했지만 열정적인 노래와 박수 소리에 묻혀 크게 티가 나지 않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즐거운 노래
1시 30분이 되자 홍철 강사는 가벼운 농담으로 수강생들의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풀었고 이후 쉴 새 없이 노래가 계속됐다. 
사람들은 앉은 채로 노래를 불렀지만 눈빛에서 즐거움이 느껴졌다. 목청을 다해서 부르는 어르신, 얼굴에 환한 웃음이 가득한 이, 리듬에 맞춰 고개를 흔드는 사람 등등 수강생들은 앉아서 흥겨움을 발산했다. 수강생들 중에는 다소 힘이 없어 보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이들도 미소를 띠고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눈을 감고 약간은 슬렁슬렁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그만의 흥을 즐기는 방식이었다. 노래하는 어르신들에게서 재미있는 모습도 관찰됐다. 어르신들은 친구에 관한 노래가 나올 때에 손가락으로 옆 사람을 가리키며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노래가 처질 것 같은 상황은 거의 없었지만 그런 조짐이 보일 때면 홍철 강사는 손짓으로 사람들이 더 열심히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그러면 수강생들의 박수와 목소리는 떠나갈 듯 커졌다. 간주가 나오거나 한 곡이 끝나면 사람들은 더 크게 박수를 쳤고 여러 곡 이어지던 노래가 마무리되면 유명 가수의 공연장처럼 비명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어떤 이는 크게 “오빠”라고 수차례 외쳤다. 수강생들의 연령대는 60~70대지만 현장 분위기만큼은 젊게 느껴졌다.
2시를 넘어서자 수강생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고 율동을 시작했다. 노래교실에서 이뤄지는 어르신들의 율동은 생각보다 동작이 컸고 마무리도 함성을 지르며 활기차게 끝났다. 그리고 잠시 쉬는 시간 동안 어르신들은 서로 장난을 치기도 했는데 그 모습이 천진난만해 보였다. 그 시간만큼은 흔히들 생각하는 우리 사회 할머니, 어머니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달랐다.
이후 홍철 강사의 수업과 노래가 계속되다가 3시쯤 다시 노래가 멈췄는데 그때에는 더 큰 환호성이 들렸다. 건물을 울릴 듯한 열광적인 함성과 추임새가 한참 이어지다 잦아들자 누군가는 “전쟁도 이렇게까지 난리는 아닐 거야”라고 과장 섞인 말을 하며 크게 웃었다.

“노래교실이 너무 기다려져요”
쉬는 시간을 빼더라도 두 시간 정도인 열창에 다들 지칠 법도 한데 어르신들은 유쾌했다. 홍철 강사는 수업을 마치며 어르신들에게 “오늘도 즐거우셨나요?”라고 물었고 이후 모든 수강생들이 일어나 불을 끄고 디스코 시간을 가졌다. 어떤 이는 엇박자로 춤을 췄지만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저는 노래교실에 나오면서 젊어졌어요. 아무도 저를 80세로 보지 않아요.” 속초소방서장을 지냈던 맹용관 옹은 과묵해 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5년째 노래교실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래교실이 제 삶의 원동력이죠. 이웃들이 절 항상 웃는 사람이라 말해요.” 한 70대 여성의 말이다. 또 다른 수강생은 이렇게 말했다. “한번 와봤다가 그날 바로 등록했어요. 노래교실이 있는 화요일, 금요일이 너무 기다려져요.”
‘행복한 노래교실’에는 100여 명이 등록했다. 현재 꾸준히 나오는 사람이 70명이 넘는다. 홍철 강사의 노래교실은 지난 몇 년 동안 수강생이 점점 늘고 있다. 수강생들에 따르면 한번 참여하면 굉장히 즐거워서 관두기 힘들다고 한다. 그런 재미 덕에 승강기가 없는 건물 3층 수업임에도 어르신들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행복한 노래교실’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행복한 노래교실’ 율동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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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노래교실’ 홍철 강사
“재미있게 하니 인기가 좋아요”
- 수강생들이 많고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 항상 재미있게 하려다 보니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은 것 같다. 아마 강원도 내에서 이렇게 잘 되는 노래교실은 없을 거다.
- 자신만의 수업 방식은?
△ 사람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한다. 어떤 노래교실에서는 노래를 잘 부를 수 있게 하기 위해 한 곡을 지루하게 연습하는데 나는 수업에서 섣부르게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노래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어르신들의 건강에도 신경 쓰고 있다. 수업을 하다가 율동을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 수업시간 1시간 전에 오는 이유는?
△ 사전에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내가 직접 청소도 하고 수강생들이 신청곡을 부를 수 있게 해서 수업이 더 잘되게 하고 있다. 1시간 일찍 나온다고 강사료를 더 받는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재능기부라 여기고 꾸준히 그렇게 해오고 있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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