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뉴스홈 > 인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속초의 택시운전사 황상기의 살아온 이야기<6> - 운전하며 겪은 일(하)
땀 흘리며 배달한 피자
등록날짜 [ 2019년07월08일 15시00분 ]

40년째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황상기 대표는 악천후에 운전한 일 외에도 기억에 선한 일화가 적지 않다. 고생스럽고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즐거운 때도 많았다.
10년 전쯤 고교생 3명을 태우고 간성까지 간 적이 있다. 세 명 중 한 명은 간성터미널에서 내렸고 나머지 두 명은 간성시장에서 내렸다. 그런데 이 학생들이 요금을 내지 않고 도망가 버렸다. 황 대표는 그날 재수가 좋지 않아 그런 일이 생긴 거라 생각하며 크게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다. 다만 그 학생들 중 한 명의 생김새는 유심히 기억해뒀다. 그러다가 얼마 후 우연하게도 그때 봐뒀던 학생을 포함한 일행 세 명이 속초 중앙로 서독약국 앞에서 택시를 타려고 하는 모습을 봤다. 황 대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척 그들을 태웠는데 그 학생들은 이번에는 거진까지 간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 말을 듣고는 뒤돌아보며 학생들을 혼냈다. 학생들은 돈이 5천원밖에 없었고 이번에도 거진까지 간 후에 택시에서 내려 도망갈 생각이었다. 황 대표는 이들을 경찰에게 인계하거나 학교에 알릴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엄하게 훈계한 이후에 그냥 보내줬다. 경찰이나 학교에서 알게 되면 아직 어린 학생들이 혹독한 일을 겪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몹시 무덥던 어느 여름날,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김천에 가는 20대 일행 네 명을 태웠다가 큰 봉변을 당한 일이 있다. 휴가철이라 길이 무척 막히는 바람에 열 시간이 걸려 김천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택시에서 내린 후에 요금을 내지 않고 달아났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택시에서 내려 잡을 생각도 미처 할 수가 없었다. 장시간 교통체증에 더위까지 겪으며 승객들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줬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서 분노와 허탈감은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도였다. 속초로 돌아오는 길은 더 막혀서 열다섯 시간이나 걸렸다. 집에 도착한 황 대표는 너무 화가 나서 일주일가량 일을 나가지 못하고 앓아누웠다. 택시운전과 인간에 대한 회의감이 극에 달했고 성수기에 열흘 정도 일을 하지 못해 그해 여름에는 손해가 막심했다.
그러나 택시 운전을 하면서 이와 같이 화가 나는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선행을 하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던 순간은 아직도 황 대표를 흐뭇하게 한다.

제주도에서 온 엽서
어느 날은 택시를 몰다가 신호 대기 중에 도로에서 가방을 주웠다. 가방 안에는 신분증과 가계수표, 자기앞수표, 현찰 등 2,000만원 정도의 돈이 있었다. 황 대표는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신분증을 보고 가방의 주인과 연락해 주인이 가방을 찾아갈 수 있었다. 가방 주인은 집에서 쓰레기와 돈이 든 가방을 동시에 들고 나왔다가 쓰레기를 버리면서 가방을 차 트렁크 위에 올려뒀고 쓰레기를 버린 후에 가방을 챙기지 못하고 그대로 차를 몰고 나갔다가 돈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가방 주인은 황 대표에게 30만원의 사례금을 제시했고 황 대표는 이를 사양하다가 고마워하는 마음을 계속 거절할 수 없어 결국엔 받았다.
어느 해 9월에는 차에 한가득 피자를 실은 일이 있다. 피자가게 앞에서 택시를 잡은 승객이 피자를 싣겠다고 해 그러라고 했는데 그 승객은 뒷좌석을 꽉 메울 정도로 피자를 실었다. 그리고 그는 행선지로 통일전망대 근처 한 부대까지 가자고 요구했다. 승객은 그 부대의 소대장이었는데 소대장 보임 후 첫 월급을 받아서 부대원들에게 피자를 실컷 먹게 해주기 위해 많은 피자를 주문했었다. 황 대표는 피자는 따뜻할 때 먹어야 제맛이라는 생각에 목적지까지 가는 긴 시간 동안 히터를 가장 세게 틀었고 그 때문에 땀을 줄줄 흘리며 운전을 해야만 했다.
신혼여행으로 해외 관광지가 각광을 받은 지도 오래됐지만 80년대에는 설악산으로 신혼여행을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당시 신혼부부들은 한눈에도 티가 났다. 신랑들은 양복을 입었고 신부들은 한복을 입고 다녔다. 많은 신혼부부들이 설악산과 인근 지역 관광을 위해 택시를 대절했고 낙산사나 멀리 오죽헌, 경포대까지도 관광을 다녔다. 택시운전사들은 신혼부부들을 위해 사진사 역할도 맡았다.
요즘은 여행을 가기 전에 숙박시설을 예약하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신혼부부들도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관광을 왔고 그런 까닭에 택시운전사들이 신혼부부의 방을 구해주는 일도 했었다. 그런데 관광 성수기에 속초에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한 이들은 숙소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호텔, 여관, 민박을 다 뒤져도 결국 방을 찾지 못한 경우가 여러 번 있었고 그럴 때면 황 대표는 신혼부부를 길에 버려둘 수 없어 자신의 집에서 재웠다.
관광 안내에 대해 따로 고마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느 날 제주검찰청에서 엽서가 온 적이 있는데 제주도에서 설악산으로 신혼여행을 온 검사가 황 대표의 친절한 안내에 대한 감사 인사로 보내온 것이었다.                             <다음에 계속>
구술 황상기 반올림 대표
정리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좋아요 0 싫어요 0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차 마시며 파충류 구경하러 오세요” (2019-07-08 15:47:23)
전성호 속초시립풍물단 악장 2019 ‘풍물명인전’ 무대 선다 (2019-07-01 16:35:35)
설악동 단풍철이지만 ‘거리집회...
양양 중광정지구 전원마을 분양 ...
“농촌진흥청 출연금 부적절 사...
양양 올해 공공비축미 1,399톤 ...
고성군 고부가가치 수산종자 지...
대한민국 최북단 고성, 해양관광...
1
고성군 초콜릿 도시 꿈꾼다
고성군에 올해 카카오 완제품 제조장이 건립될 예정이다. 고성...
2
불편함 감수하면서도 ‘교복 착용 지지(57....
3
속초 조양동 인구편중현상 ‘가속화’
4
‘이동수갤러리’ 양양 오산리에 문 열다
5
설악동 야영장에 카라반까지…상인들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