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뜻하지 않게 인생에 보너스 같은 행운이 찾아온다. 메마른 나뭇가지에 연둣빛 고운 물이 오르고 긴 겨울을 침묵하던 삼라만상이 기지개를 펼 즈음, 김지윤 소장님(속초시자원봉사센터)과 속초연탄은행(회장 김상복)이 진행하는 ‘울릉도 제8회 사랑의 연탄 1만장, 쌀 2000kg(10kg-200포) 전달식 및 연탄배달 봉사’ 프로그램에 자원봉사자 15명과 함께 참여하였다.
속초연탄은행이 울릉도의 저소득층에게 전달하기 위해 그간 후원자들로부터 지원받은 정성어린 후원 물품을 싣고 자원봉사자 15명을 태운 배는 4월 5일 아침 8시 강릉 안목항을 출발하였다.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하여 알뜰살뜰 챙겨온 김밥과 콩나물국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우리나라 국민이면 한번쯤은 밟아 보고 싶은 독도로 출발한지 1시간 반 만에 접안에 성공하여 독도에 내려서니 굳건한 우리 군 장병들과 새들이 반겨주어 사뭇 감격스러웠다. 곧 떠나야 한다는 안타까움에 우린 바쁘게 셔터를 누르기도 하고 마음에 담으며 우리 땅(독도)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둘째 날,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연탄, 쌀 나눔 기증식 및 경과보고가 울릉군 한마음 회관에서 최수일 울릉군수와 울릉도 자원봉사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우리 속초지역의 가파른 골목을 누비며 오랜 시간 저소득층 연탄나눔 활동을 벌여온 김상복 회장이 울릉도의 비탈진 골목까지 나눔 활동을 확대한 지도 8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식이 끝난 뒤 울릉군수, 울릉도 자원봉사자와 속초시 자원봉사자가 함께 산비탈에 있는 저소득 가구에 연탄과 쌀을 배달하였다. 바쁜 일정에도 울릉도까지 연탄배달활동에 나선 속초시자원봉사센터 김지윤 소장님은 “울릉도의 아름다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여 더욱 더 뜻 깊은 시간이었으며 이런 나눔 활동이 지역의 경계를 떠나 물결처럼 퍼져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활동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에 안 사실이지만 울릉도에는 논과 공장이 없다고 한다. 평지가 거의 없는 울릉도는 지형에 따라 집을 짓고 산비탈을 개간하여 명이나물과 부지갱이(취나물) 나물을 심어 얻는 수익으로 1년을 산다고 한다. 그러니 쌀이 얼마나 귀할까! 그리고 연탄도~
갓 20대에 멋모르고 울릉도를 다녀오면서 심한 멀미로 고생한 기억밖에 없는 나에게 이번은 울릉도의 아름다움과 매력에 흠뻑 빠지는 기회가 되었다.
도동과 저동을 잇는 해변도로를 따라 걸으며 화산으로 인한 용암분출이 냉각되어 굳어진 다각형의 돌기둥들(주상절리)의 웅장함에 놀라고 아름다운 해안길에 감탄하고 막걸리 한잔과 해삼 멍게의 신선한 맛에 반하기를 반복하였다.
다음날 울릉군청 관계자들의 세심한 배려에 울릉도 투어가 있었다. 울릉도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55번 기사의 입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태하향목 모노레일 등 명소들을 안내받았다. 특히 울릉도의 유일한 분지 ‘나리분지’에서의 피 껍데기 술과 명이, 삼나물 안주는 잊을 수가 없다. 멀리 성인봉을 뒤로하며 아쉬움을 저축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마지막 날 전망대에서의 아름다운 경관과 약수터, 봉래폭포를 감상하고 서둘러 귀향 준비를 했다. 올 때나 마찬가지로 김상복 회장님은 속초지역의 후원자들을 위한 선물 구입에 바쁘셨다. 누군가 대신해야 할 일을 회장님은 묵묵히 하시면서 ‘이제 몇 번이나 더 올 수 있을까’라며 멀리 등대를 바라보시는 뒷모습에서 쓸쓸함과 고된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말이 봉사이지 놀러가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겨울 내내 연탄 나르느라 고생한 자원봉사자들에게 작으나마 보답하려는 김상복 회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져 있었다.
‘하늘은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가는 곳마다 날씨가 좋아 어려움 없이 일정을 소화 할 수 있었고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이 행사를 시종일관 세밀하게 배려하고 진행해주신 연탄은행 회장님과 유인옥 총무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마음 속 숙제로 남아있다.
박정인 속초시자원봉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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