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크고 작은 갈등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사회를 형성하면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 간에도 갈등은 수시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이고, 하물며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이들 간에는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개가 꼬리를 세우면 반가움의 표시지만 고양이가 꼬리를 세우면 경계나 공격개시의 표시라고 한다. 같은 신호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행위를 두고도 입장에 따라 서로 각기 다른 해석을 낳기도 하기에 우리 삶 속에서 갈등은 곳곳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집단과 집단사이에서, 국가와 국가 간에도 갈등은 늘 우리가 숨 쉬는 공기처럼 존재한다. 심지어 내 안에서도 하나의 자아와 또 다른 자아가 갈등한다. 망설임이 생기는 것도 다 그런 연유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자어인 갈등(葛藤)의 의미를 살펴보자면, ‘갈(葛)은 칡을 뜻하고 등(藤)은 등나무를 뜻한다. 칡은 왼쪽으로 감고 올라가며 성장하는 데 반해,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고 올라가며 성장한다. 따라서 두 종이 함께 생장하면 서로 얽히고 뒤엉켜버려 매듭을 풀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말이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처하는 행태도, 사람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르다. 누군가는 외면하거나 회피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동일시하거나 투사하기도 한다. 갈등이 발생하는 상황만큼이나 갈등에 대처하는 각자의 모습들도 정말 제각각인 것 같다.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우리가 삶속에서 가장 많이 겪게 되는 타인과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생각해 보게 된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서로에 대한 진심어린 화해와 포용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화해가 이뤄진 후에도 서로 각기 입은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이 또한 필요할 것이다. 표면적인 화해가 이뤄진다 해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선 앙금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치유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진정한 평화의 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천주교에서는 미사 중에 서로서로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있다.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와 신자들 간에, 또한 신자들과 신자들 간에 두 손을 모으고 “평화를 빕니다~”하고 인사를 한다.
좀 더 친근한 관계일 경우에는 악수를 하기도 하고 가벼운 포옹을 하기도 하면서 서로의 평화를 기원하며 인사를 한다. 엄숙하게 진행되던 미사 중에 평화의 인사를 하는 시간이 되면 무표정하던 이들 마저도 입가에 미소를 띠고 서로 인사하게 되는데 어쩌면 한 시간 남짓 이뤄지는 미사 시간 중에 유일한 쉼표의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반목과 갈등으로 점철된 우리의 역사와 현재의 삶속에서도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은 모두가 늘 한마음일 것이다. 6.25전쟁으로 깊은 골이 패일대로 패인 남과 북이, 여러 가지 사안으로 대립하고 있는 여와 야가, 서로 감정이 쌓일 대로 쌓인 나와 누군가가 서로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화해와 치유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생각하는 것처럼 말처럼 쉽기야 하겠는가. 그래서 갈등이겠지 싶은 마음도 든다.
갈등은 어쩌면 고름과 같다. 흔한 농담으로 하는 말처럼 고름을 그냥 둔다고 살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방치하면 계속 곪을 뿐이고 곪는 부위도 더 넓어질 뿐이다. 아프겠지만 도려내야하고 그래야 치유의 과정 속에서 새 살이 돋고 아물 수 있을 것이다.
수시로 나와 누군가가 또는 나와 또 다른 내가 서로 갈등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그래도 회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치유의 과정을 지나면서 비로소 진정한 평화가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끝으로 천주교에서 행해지는 평화의 인사를 나눈다.
“오늘도 당신이 겪게 될 모든 일상에서 평화를 빕니다~”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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