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에 이어 2000년대 후반까지 여름철이면 보양식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볐던 속초시 노학동 척산 토종닭마을이 동해고속도로 개발과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 등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주위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토종닭 가게들이 있었던 울창한 송림 주변에는 전원주택들이 하나 둘 들어서고, 토종닭마을 뒤로는 대단위 펜션 단지도 조성돼 있어 토종닭마을에서 점차 관광숙박마을로 변화되고 있다.
토종닭마을은 2000년대 후반까지 속초지역의 여름철 보양식 명소로 유명했다. 무더위가 시작하는 이 맘 때쯤이면 울창한 송림 밑 평상에 앉아 토종닭 백숙과 오리백숙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당시 울창한 송림 주변으로 영업 중인 음식점만 6~7개에 달했다.
한 여름에는 삼복더위를 피해 보양식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송림 밑 평상을 차지하기 위한 자리예약 경쟁도 치열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12일 오후 찾은 척산 토종닭마을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마을 입구에 있는 한 토종닭가게는 최근에 문을 닫은 듯 가게 앞 마당 등에 각종 잔재물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한 마을 주민은 “원 주인이 떠난 가게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2~3년 전부터 영업을 했지만, 최근에 끝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이 토종닭가게 뒤쪽 골목(언덕길) 입구에는 토종닭과 막국수 등의 판매를 알리는 음식점 입간판 세 개가 세워져 있을 뿐, 현재 영업 중인 가게는 한 곳도 없었다.
토종닭가게들이 있었던 송림 주변으로는 전원주택 2~3동이 들어서 있었다. 언덕길 끝 지점에는 토종닭가게로 보이는 건물이 있었지만, 장사를 안 하는 듯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 토종닭마을에서 영업 중인 토종닭음식점은 마을 건너편(마을회관 쪽) 한 곳 뿐이고, 마을 입구에는 다른 업종의 가게 1~2곳 정도가 영업 중이었다.
김문득 토종닭마을 통장(노학동 35통)은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매년 여름철만 되면 마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며 “하지만 지난 2009년 동해고속도로 속초구간 공사 이후 토종닭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 통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보양식을 즐기기 위해 우리 마을을 찾는데 동해고속도로 공사로 각종 공사차량이 다니고 이에 따른 소음과 먼지가 발생해 사람들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음식점들이 영업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토종닭음식점을 운영했던 김 통장도 작년에 폐업했다고 밝혔다.
김 통장은 “고속도로 공사도 문제였지만 조류독감 발생 이후 닭과 오리의 사육이 제한되는 등 영업환경이 나빠진 것도 한 원인”이라며 “속초의 대표 여름철 보양식 명소가 사라지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속초시 노학동 척산 토종닭 마을입구에 토종닭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 입간판만 세워져 있을 뿐, 영업하는 업소가 거의 없어 아쉬움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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