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들이 여기에 계시는 동안이라도 맛있는 밥 한 끼, 진심어린 위로로 아픈 마음을 보듬어주고 싶어요.”
서울시공무원수련원 구내식당 ‘운채’를 딸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신종국 대표 부부는 지난달 4월 산불 발생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4시면 출근해 아침을 준비한다.
“원래 아침식사는 오전 7시부터 시작되지만 일찍 일어나시는 시골 어르신들이 많이 계시다 보니 30분 먼저 아침을 준비하고 있어요.”
서울시공무원수련원 내 이재민들에 따르면 신 대표 부부는 누구든 식사시간에 보이지 않으면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닌지’, ‘왜 식사를 안 하는지’ 꼭 전화롤 해 이유를 물어보고, 입맛이 없다는 어르신들에게는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 따로 준비해 주기도 한다.
수련원에서 매점과 식당을 운영하는 신 대표 역시 산불 이후 수련원을 이용하는 관광객이 끊겨 2차 피해를 겪었다고 한다.
신 대표는 “매점의 경우 하루에 70만~100만원의 매출을 냈지만, 산불 이후 90% 정도 매출이 줄었다. 하지만 산불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일이니 뜻 깊게 받아들인다”며 “갈수록 반찬수도 늘어나고 맛있어진다는 이재민들의 칭찬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인제 한계리에서 한식당을 운영했던 신 대표는 지난 2006년 인제에서 발생한 수해로 그 역시 이재민이 됐던 경험이 있다. 그는 식당 개업 두 달 만에 당한 수해로 식당은 반파되고 일하던 직원이 실종돼 결국 주검으로 발견되는 큰 사고를 겪었다고 한다.
“당시 날짜와 시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만큼 트라우마가 컸어요. 간혹 식사하시면서 우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 마음을 잘 알아 마음이 더 아파요. 하루 빨리 원상복구가 이루어져 일상으로 복귀하길 바랍니다.”
신 대표는 “두 달 가까이 이재민들과 매일 세 번씩 만나다 보니 어느덧 가족처럼 친해져 얼마 전 모내기 때는 마을을 방문해 도움을 주기도 했다”며 “이재민 중에는 농사지은 거라며 식재료와 생필품을 편지와 함께 가져다주시고 식사 전 재료 손질을 도와주시는 분도 있다. 이재민들을 통해 더 큰 사랑을 경험하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서울시공무원수련원 내 이재민들은 신 대표 가족의 따뜻한 위로와 배려에 감사를 표하며 지난달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우지현 기자 orrola@hanmail.net
서울공무원수련원 내 한식당 ‘운채’를 운영하는 신종국 대표와 딸 미림 씨가 이재민들이 전달한 감사패와 편지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공무원수련원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 이재민이 신종국 대표에게 전달한 생활용품과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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