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산불 2개월, 임시주택,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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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9년06월17일 14시17분 ]

고성에 산불이 난지 2개월이 훌쩍 넘었다. 불탄 집 앞 논에 심은 모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지만 산불 고통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발화 책임규명에 대한 수사발표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이재민들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철거작업도 아직은 멀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부이지만 임시주택으로 이전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체육관을 비롯해 연수원, 콘도 등에 산재해 있던 이재민들이 장마철이 오기 전에 집근처로 돌아갈 수 있어 안도감이 든다. 하지만 임시주택으로 이전은 문제가 종결된 것이 아니고 시작일 뿐이다.
먼저 정부는 이재민 생계지원과 재기대책에 대해서 ‘지혜’가 담긴 접근법을 다시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이것은 지역 이재민들의 엄살과 과도한 요구가 아니다. 이재민들이 임시주택으로 간다고 하지만 수저부터 소소한 살림살이까지 마련해야 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모든 것을 앗아간 혹독한 산불재난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모두 돈이 들어가는 것이다.
산불 추경논의가 어서 이루어져하지만 추경 내용도 이재민 직접 지원이 많이 가도록 다시 짜야 한다. 또한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예비비를 지원해 줄 것을 바라고 있고 그게 바로 사람이 먼저인 정부가 발휘해야 할 지혜라고 이재민들은 보고 있다.
두 번째는 공동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후 관리이다. 그간 2개월여 체육관과 연수원에서 생활하면서 이재민들은 마음고생 뿐 아니라 몸도 많이 상했다. 극단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분들도 적지 않다. 임시주택으로 들어가면 그간 긴장이 풀려 병이 날 것 같다고 이야기 하고 벌써 건강상태가 우려되는 어르신들도 여럿이다. 이들의 적응과정을 지자체는 물론 공동체가 관심을 가져 주어야 한다. 입주 후 일정기간이 지난 뒤 모든 이재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검진 기회도 필요할 것 같다.
연장선상에서 지역의 환경 생태적 회복은 큰 짐이다. 초록의 사막화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대규모로 휩쓸고 간 화마의 흔적은 생각보다 크고 깊다. 건강한 자연이 자산이었던 지역에는 치명적인 타격이다. 향후 지역경쟁력에도 큰 짐이 아닐 수 없다. 삶의 회복과 병행해서 자연의 회복작업을 서둘러야한다. 이를 계획적으로 어떻게 시간을 갖고 처리해 나갈지 진지하고도 미래지향적인 논의가 창의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재민들과 소통이다. 그간 2개월을 복기하면서 이재민들과 얼마나 세심한 소통이 있었는지 성찰을 해볼 필요가 있다.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경청하고 약속하고 다짐하고 갔지만 그건 일방적인 소통에 불과했다. 소통이 소통다워지려면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을 넘어 그에 걸 맞는 대책이 제대로 된 소통 속에 진행되어야 한다. 지금도 이재민들은 소통 부족으로 인한 답답함에 울화병이 걸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해줄 테니 기다려라는 식의 일방적 행정은 산불 상황관리에 도움이 안 된다.
임시주택으로 이사 간 뒤에 이재민들이 우려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바로 옆 체육관에 있어도 소통이 안 되었는데 가면 완전히 잊힐 것 아니냐는 우려이다. 임시주택으로 이전이 일단락이 아니고 문제해결의 새로운 시발이라는 자세로 소통의 폭과 내용을 넓혀 주어야 한다.
세상사 그렇듯이 인내에 한계가 있고 임계점에 도달하면 폭발한다. 이재민들이 조용히 있다고 해서 해법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신창섭
고성시민포럼 대표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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