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강원도지체장애인협회 속초시지회는 안창호(48, 사진) 신임 지회장의 취임식을 가졌다. 안 회장은 그간 속초시지회의 운영위원과 부회장을 역임하며 장애인 사회서비스 및 협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안 회장은 올해 48세로 속초시 장애인단체 대표 중에서는 가장 젊으며 지역의 여러 단체장들 중에서도 젊은 편에 속한다. 그는 왼쪽 귀에 귀걸이를 하고 있으며 목소리는 조용하고 부드러워 ‘단체장’ 하면 떠올리는 딱딱하고 근엄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인상은 환하고 편안하다.
그러나 그에게는 길고 긴 어두운 터널 속에 갇힌 듯한 시기가 있었다. 안 회장은 젊은 나이에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장애를 입고서 7년 정도 외부와의 접촉을 끊다시피 했었다. 장애로 인한 상실감도 컸었지만 20여 년 전에는 우리 사회의 장애인 복지가 더 열악해 외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적었다. 그는 당시 이발을 하러 갈 때 빼고는 외출하지 않았다. 집에서는 주로 바둑에 몰두했다. 그때 바둑을 열심히 공부한 덕에 뛰어난 바둑 실력을 바탕으로 지금은 전국장애인바둑협회 강원도지부의 사무처장을 10년 넘게 맡고 있다.
안 회장은 주로 집에만 머물던 시절에 장애는 개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할 운명이라 여겼고 지역공동체가 함께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장애에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기엔 그에게 주어지는 정보가 부족했다.
하지만 그렇게 집에만 있던 삶에도 변화가 찾아왔고 주민센터를 통해 지체장애인협회를 알게 되면서 변화의 폭은 더 커졌다. 장애인의 날 행사에 갔다가 자신보다 더 힘든 상황에 있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봤다. 이는 안 회장에게 큰 자극이 됐다. 안 회장은 이후 볼링, 핸드사이클 같은 운동을 하면서 전국체전에 나갔고 핸드사이클 종목에서 동메달을 땄다. 지체장애인협회 사업에도 적극 참여했다. 그 결과 5년 전에 운영위원이 됐고 3년 전부터는 부회장을 맡았다.
안 회장은 신임 회장으로서 몇 가지 사항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먼저 후원금의 확대이다. 우리 사회에 기부금 문화가 잘 정착되지 못해 시민단체나 복지기관들의 활동이 제약되는 경우가 많은데, 안 회장은 기부금 문화를 확산시키는 활동으로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바꾸려고 한다. 그는 부회장 시절에 이미 병원, 기업, 교회 등을 직접 방문해 협회를 알렸고 이를 통해 기금을 마련해 협회의 운영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다른 장애인 단체와의 소통과 협력이다. 장애인 단체는 여러 유형별로 세분화돼 있다. 안 회장은 장애인 관련 사업 진행 시 지체장애인협회가 중심에 서기보다 타 단체들과 두루두루 소통하려고 한다.
세 번째는 안 회장 자신의 경험이 녹아든 사안이다. 안 회장은 20대에 장애를 입은 후 칩거의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장애인들이 좀 더 활발하게 사회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안 회장은 장애인들을 방문해서 그들이 사회로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안 회장은 관계 당국과의 원활한 소통에도 나설 계획이다. 장애인을 위한 사회서비스는 지자체와의 협조를 통해 원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안 회장은 협회 사무국 직원과의 유대 관계도 중시한다. 기존에 별채의 건물에 있던 지회장 사무실을 속초지회 본동 건물로 옮겨서 사무국 직원과 함께 호흡하며 권위주의 타파를 지향하고 있다.
“사람 간의 관계는 관계를 원하는 사람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관계는 관계를 원하는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 때 가능하지요. 한두 번 시도로 소통과 협력이 쉽게 되지 않을 것이기에 여러 번에 걸쳐 지속적으로 해나가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안 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그런 일을 하는 회장이 되고 싶습니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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