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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작은 학교, 우리 모두의 문제다
등록날짜 [ 2019년06월03일 15시15분 ]
이른 아침 텃밭을 돌아보는데 지난밤까지 잘 자라던 빨간 치커리가 뿌리만 남긴 채 몽땅 사라져버렸다. 자세히 보니 온통 고라니 발자국이다. 밤새 다녀간 게 틀림없다. 얼마 전에도 밤에 몰래 뜯어먹고 간 적이 있긴 했다. 다행히 절반이 남아 이젠 오지 않겠거니 방심했더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 진즉에 밭 둘레에 그물로 울타리를 쳤어야 했다.
강원교육복지재단 아래 작은 학교 미래교육협의회장을 맡아 2019학년도 확정학급 편성 자료를 바탕으로 도내 모든 학교를 살펴보았다.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안타깝기 그지없다. 초등학교 전교생 10명 이하 28개교, 30명 이하 모두 90개교(분교 26교)다. 중학교는 10명 이하 7개교, 30명 이하 모두 45개교였다. 고등학교는 10명 이하 2개교, 30명 이하도 모두 5개교나 된다.
작은 학교는 초등학교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료를 정리하다보니 오히려 중학교, 고등학교가 더 심각하다. 초등학교야 단 한 명의 학생이 남아도 담임이 가르치면 되지만 전교생이 3명인 중학교에선 누가 가르치나? 전교생이 단 6명인 고등학교는 무슨 과목을 가르치나? 과연 아이들에게 제대로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이 앞섰다.
교직원들은 학교가 없어지면 전근을 가면 그만인가? 마을에 학교가 없으면 버스 타고 읍내 큰 학교 다니면 더 효율적일까? 학교가 사라지는 것은 교육청만의 문제일까? 시장·군수들은 그저 교육경비 얼마 학교에 나눠주면 그만일까? 왜 아무도 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이 꼬리를 문다.
강원도교육청에서는 2012년부터 전국 최초로 작은 학교 희망만들기를 통해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학구 추진 등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나아가 작은 학교 문제를 적극 해결하고자 2017년 강원교육희망재단을 설립하여 지자체와 지역 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작은 학교는 학생 수 한 명 더 늘리려고 현장학습도 많이 가고, 해외연수도 보내주고 장학금 주고, 방과 후 활동도 많이 시킨다. 그만큼 작은 학교가 닥친 현실이 절박한 것이다. 이건 작은 학교만의 문제도 아니고, 교육청의 노력만으로 진행되어야 할 사업이 아니다. 이제라도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교사들은 한 반 아이들이 몇 명되지 않으니 시내 큰 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맞춤형 교육을 해야 한다. 학교는 교육과정을 충실히 운영하여 사교육이 없어도 충분한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모든 교직원이 책임감을 갖고 함께 해야 한다. 그게 학생 단 3명 있는 학교에 교직원을 12명이나 둔 까닭이다.
작은 학교가 많다는 것은 곧 지방소멸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에 지자체, 의회, 지역 주민 모두가 나서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부모들이 마음 놓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아이들이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 일, 동네 사람 모두가 나서서 아이들을 돌보는 그런 환경을 만드는 일이 먼저다. 그래야 지역도 산다.
많은 지원금이 아니라도 구성원들이 뜻을 모으고, 열정이 있으면 가능하다. 5명의 분교에서 4년 만에 40명이 넘는 6학급으로 늘어난 강릉 옥천초 운산분교가 그 증거다.
학생 수가 적다고 무조건 학교를 폐교해서는 안 된다. 다니는 아이들, 학부모, 마을주민, 동문들의 사랑이 있는 학교라면 단 한 명의 아이가 남더라도 학교로 두었으면 좋겠다.
늦었지만 다시 치커리 씨앗을 뿌리고 밭가에 울타리를 쳐야겠다. 다시는 고라니에게 애써 가꾼 치커리를 빼앗기지 않도록 말이다.                
김동수
양양교육지원센터장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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