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에 부활된 속초시민의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간 문화회관과 엑스포 공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졌다. <설악신문>에 보도된 자료를 토대로 행사프로그램을 살펴보면 21일 오후 2시 속초시민의 날 기념식을 시작으로 동화합 노래(장기)자랑, 주민자치 우수프로그램 공연, 평생교육문화센터 프로그램 공연, 윤수현·녹색지대 등 인기가수 공연, 전통마술 퍼포먼스 등의 시민어울 한마당 행사. 속초문화원 ‘청사초롱 불 밝혀라’ 퓨전국악공연, 속초예총의 제30회 속초종합예술제 개막식과 함께 시작된 공연, 경연, 전시 등 문화예술 행사, 시민과 함께하는 음악여행, 속초 사잇길 걷기 축제와 나또 시장, 음악여행 버스킹 공연, 음악협회 정기공연, 국악협회 정기공연. 속초민예총의 속초8경 페스티벌과 청소년 가요․댄스 경연대회 등이 진행되었고, 이와 함께 속초의 발자취 사진전, 속초문화 기록물 전시전, 속초시 사진협회 사진전, 시 건강 체험 행사 등이 진행됐다.
필자는 때론 행사의 주관자로, 때로는 행사의 참가자로, 그리고 때로는 단순한 관람자로 다양한 행사에 참가하였다. 그리고 행사장을 나오면서 늘 머릿속을 맴도는 의문점을 해마다 되풀이 해 곱씹게 된다. ‘왜 이런 좋은 행사에 속초 시민은 많이 오지 않는 걸까?’
20년을 넘게 필자가 속한 속초문협의 백일장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하면서, 또 50년 전통을 가진 ‘갈뫼’ 동인지 출판기념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큰 걱정거리는 늘 참가자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늘릴 수 있을까와 행사장의 좌석을 어떻게 하면 가득 채울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다.
해마다 행사를 진행해 보면, 내빈으로 참석하는 지역의 정치인들과 행사와 관계되는 사람들과 그 지인들, 문화예술 행사에 관심을 가진 아주 적은 수의 단골 시민들만으로 자리를 채우기 급급하다. 그래서 몇 년을 지나도 행사장에 참석하는 이들의 면면이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음악회에 가도 그 얼굴, 전시회에 가도 그 얼굴, 공연장에 가도 그 얼굴.
왜 다른 지역민들은 우리 지역에서 무슨 행사가 열리는지 조차 관심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걸까? 우리는 그 이유를 흔히 홍보 부족이나 시민들의 무관심 탓으로 돌린다. 과연 그럴까?
그럼 왜 똑같은 홍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수 장윤정이나 김연자가 공연하는 날은 행사장이 꽉 차는 걸까? 대답은 자명하다. 그들의 지명도와 유명세 탓이다. 그렇다고 우리 지역의 특색 있는 행사에 늘 중앙의 유명 연예인을 불러야 하는 걸까? 그래서는 안 된다. 행사 진행 경비의 문제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지역의 특색문화가 살아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 대답을 필자는 이번 행사 기간에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우연한 기회에 깨닫게 되었다. 속초 시민의 날 첫날 행사로 열린 동화합 노래자랑대회가 있던 날이다.
지인이 동대표로 노래자랑에 출연하게 된 것을 알고 응원 차 행사장을 찾아갔다. 평소에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본 적도 없던 이가 깜짝 출연을 해서 동료 두 명과 객석에 앉아 준비한 응원 도구를 들고 차례를 기다렸다. 그런데 오프닝 공연에 나온 행사 전문 가수가 얼마나 신나게 관중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지 동네 아마추어들의 노래자랑이라는 것도 잊고 열심히 즐겼다. 그런데 노래자랑이 끝나고 출연했던 지인이 한 말이 필자를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들었다. 지인은 첫 무대에 오르기 위해 바짝 긴장한 채 밑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무대 위에서는 기성가수와 다름없는 사람이 5곡이나 노래를 부르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기껏 외운 노래가사를 잊어버릴까봐 침이 바짝바짝 마르고 화가 나더란다. ‘도대체 이 행사의 주인공이 누구냐? 동대표로 출전한 주민이 주인공이냐? 아니면 초대 가수가 주인공이냐?’라는 지인의 물음에서 필자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진행해 온 모든 행사나 축제들이 혹 진행에 관계된 사람들만이 주인공이 되는 우리들만의 잔치는 아니었는지?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마당이 아니라 축제를 위한 축제, 행사를 위한 행사는 아니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늦었지만 이제 앞으로 지역의 축제, 문화예술 활동이 속초 시민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관계자 모두가 다시 생각을 가다듬어야 할 때가 아닐까?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