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노하우 담은 교재·기획서 소실 안타까워”
급한 대로 대출받아 장비 마련 대문어축제 마쳐
인제 산나물축제도 진행…용대리 황태축제 준비
“저를 믿고 행사를 맡겨주신 분들과 직원들을 봐서라도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갈 겁니다. 꼭 다시 일어나야죠.”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기획사를 운영하는 설악레저 양문석 대표는 지난달 4일 발생한 고성·속초 산불로 잿더미만 남은 폐허 속에서 재기를 위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장비야 다시 구입하면 되는데 과거의 흔적들이 깡그리 사라져 버린 것이 안타깝다”는 그는 지난 산불로 음향탑차를 포함해 총 6대의 차량과 60평 창고를 가득 채웠던 행사장비, 살던 집이 모두 소실돼 20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특히, 양 대표가 지난 1994년부터 25년간 행사를 기획하며 축척해온 그만의 노하우를 기록한 교재와 기획서가 모두 소실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양 대표가 지난 1994년 설립한 설악레저는 인제 내린천 래프팅 행사기획을 시작으로 고성명태축제, 인제 용대리 황태축제 등 강원 영동권의 굵직굵직한 행사들을 도맡아 해왔다. 산불이 나기 전 설악레저는 직원 6명에 연매출 14억~15억원을 내던 건실한 기업이었다.
이번 피해로 체육대회 등 크고 작은 행사를 취소해야 됐다는 양 대표는 “행사라는 것이 올해 못하게 되면 향후 3~4년간은 그 행사를 맡을 수가 없지만, 장비가 모두 타 버렸으니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다”며 “소실된 장비와 사무실을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무너지지만 직원들을 생각해서라도 마음을 다 잡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산불발생 다음 날인 4월 5일부터 컨테이너를 구해 사무실을 다시 꾸리고 급한 대로 대출을 받아 장비와 차량을 마련했다.
“4월 6일부터 출근하기로 한 직원이 있었어요. 산불 직후 출근을 해야 할지 전화가 왔더라구요. 다시 시작할거니 무조건 출근하라고 했죠.”
그는 산불 직후 있었던 ‘동해안 최북단 저도어장 대문어축제’를 맡아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대문어 축제 입찰을 위해 미리 기획서를 만들어 놨는데 산불에 모두 타버려 하루 밤을 꼬박 새워 다시 만들어야 했어요. 행사를 무사히 끝내 다행이죠.”
지난 18~19일 인제 진동계곡 산나물축제도 진행했고, 다음 달 6일 개막하는 인제 용대리 황태축제도 설악레저가 행사기획을 담당하게 됐다.
그는 뚝심으로 근근이 버티고는 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양 대표는 화재보험 보상금으로 받은 1억원에 은행대출 4억원을 더해 급하게 장비를 마련했지만, 기존 장비의 60%도 채 마련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장비를 확충하기 위해 4억5000만원의 추가 대출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양 대표는 정부의 피해복구 대책에 대해 “왜 정부와 한전이 현장조사를 빨리 실시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하루빨리 피해보상이 진행되지 않으면 피해 중소상공인들은 다시 일어설 기회마저 잃게 된다”고 답답해했다.
또 “현행법으로는 중소상공인들을 구제할 방안이 없다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꼭 원상복구시켜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우지현 기자 orrola@hanmail.net
산불로 폐허가 된 사무실을 양문석 대표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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