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임무. 특별한 내용·형태의 정보수집 등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를 위한 특별한 희생이 요구되는 활동이다.
한국전쟁 중 국가를 위한 특별한 희생이 요구되는 활동을 하다 아직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정일모씨. 1936년 5월생으로 살아있다면 84세이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인 1950년 12월경 HID(육군첩보부대)에 끌려간 후 행방불명됐다. <본보 2010년 6월 21일자 보도>
가족들 생사 확인과 보상 위한 긴 싸움
동생 정승모(76·속초시 동명동)씨와 가족은 긴 세월 형의 생사확인을 위해 관계기관을 쫓아다니고,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을 신청한 지 14년여 만인 지난 13일 보상결정통지서를 받았다. 정일모씨가 가족과 헤어진 지 70년만이다.
정승모씨는 지난 2000년 8월 국방부에 실종된 첩보부대원에 대한 기록 확인요청을 시작으로 형의 행적 확인과 보상을 위한 긴 싸움에 들어갔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첩보부대 101지대에 근무한, 지금은 고인이 된 최진문(고성군 거진읍)씨로부터 지난 2004년 5월 형이 첩보부대에서 활동했다는 인우보증서를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05년 2월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심의위원회에 보상금 지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2010년 심의위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가족들은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고, 항소한 서울고등법원에서도 2015년 1월 또 다시 기각판정을 받았다.
그사이 2014년 3월 20일 국방부가 정일모씨의 6.25전쟁 참전사실 확인서를 정승모씨에게 보냈고, 이듬해인 2015년 12월에는 강릉보훈지청으로부터 국가유공자 증서도 받았다.
정승모씨 가족은 이를 근거로 2016년 5월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심의위원회에 2005년에 이어 또 보상금 지급신청을 했고, 마침내 지난 13일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보상결정 통지서를 받았다.
참전사실 확인서에는 정일모씨가 1951년 1월부터 1953년 7월까지 1군단 HID(육군첩보부대) 1지대 4863부대 공작원(비군인)으로 참전했다고 기록돼 있다.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2호에 의하면 육군은 1951년 3월 6일부터 2002년 12월 31일까지 기간 동안 육군첩보부대에 소속돼 특수 임무를 한 사람을 그 보상의 대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정일모씨는 육군첩보부대 창설(1951년 3월 6일) 이전부터 근무했다는 이유로 특수임무수행자 보상 신청이 기각됐었다. 이번 재심결정에서 보상금 심의위는 정일모씨가 1951년 3월 6일부터 휴전 때까지 복무한 걸로 계산해 보상금 지급 결정을 내렸다.
1950년말 부모 동의도 없이 강제 징발돼
인우보증을 선 고 최진문씨에 따르면 정일모씨는 1950년 12월쯤 강릉상업중학교(현 강릉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 소속 불명의 군인 2명에 의해 부모 동의도 없이 강제 징발돼 1군단 HID(육군첩보부대) 1지대 4863부대 공작원으로 활약했다. 당시 HID는 강릉시 성산면에 파견대를 두고 오대산 일대와 월정사 전방의 적의 정보를 수집하고 10여명의 중·고생을 포섭해 공작원으로 활용하면서 북진하고 있었다. 1952년 초 이 첩보부대가 고성군 청간지역에 주둔하면서 양담배 팔이 소년으로 위장해 적의 동태와 정보를 수집하던 중 1952년 9월경 전방으로 이동하던 과정에서 정일모씨는 부대에서 이탈했다고 최진문씨는 증언했다.
또 다른 진술자인 고 임백운씨(서울 강북구 미아동)는 지난 2007년 10월 국무총리실 소속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심의위원회에 육군첩보부대 1지대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1951년 5월쯤 평양 사회안전성 4처(민가)에 정일모씨와 같이 수감돼 있어 알게 되었고, 17살에 성격은 온순하고 고향은 강릉으로 그곳에서 사범학교를 다니다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고 증언했다. 휴전되고 나서 정일모씨와 그와 친했던 2명 등 3명이 사라졌고 나머지들은 노동자 학교에 가서 생활했다고 진술했다.
정승모씨 가족은 보상금으로 4,200여만원과 공로금 6,100여만원, 특별공로금 2,600여만원, 지급결정 지연 가산금 780여만원 등 총 1억3,000만원 중 유족비율 80%를 적용한 1억1,100여만원을 수령하게 되었다. 특별공로금은 특수임무를 수행한 특수임무수행자에게, 공로금은 특수임무와 관련해 교육훈련을 받은 특수임무수행자에게 지급할 수 있다. 특별위로금은 특수임무의 수행과정에서 사망 또는 행방불명으로 처리되거나 신체상의 장해를 입은 특수임무수행자 및 그 유족에게 지급할 수 있는데 정일모씨가 아직 생존해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정승모씨 가족은 특별 위로금을 받지 못했다.
6남4녀의 차남인 정승모씨는 “행방불명된 형의 행적을 찾기 위해 지난 1954년에 할머니, 부모를 포함한 온 가족이 강릉에서 속초 동명동 역전으로 이사와 지금껏 살고 있다”며 “큰아들 생사도 모른 채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인우보증과 진술조서를 쓴 분도 얼마 전 사망해 재심과 행정소송에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참전사실 확인서가 발급되었다는 사실에 기초해 당시 형의 활동자료를 찾아 어린 나이에 나라를 위해 싸우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형의 한을 풀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수영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강릉상업중학교(현 강릉중) 재학 당시 정일모씨.
정일모씨에 대한 특수임무수행자 보상결정통지서.
정일모씨의 6.25전쟁 참전확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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