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의 현재, 그리고 미래
이제 새마을에는 농지와 농가가 많이 사라졌고 더 이상 빨래를 하러 온정리나 개울가에 갈 필요가 없게 됐다. 집도 개량됐거나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고 상점과 숙박시설들이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들은 등교를 하면서 연탄을 손에 쥐고 가지 않고 대신 휴대전화를 보면서 간다. 해당화 꽃밭은 속초해수욕장 남문 화장실 근처에 작게 남아 있다. 공동묘지는 사라졌고 그곳을 뛰어다니는 동네 아이들도 보기가 힘들다. 대신 그 자리에는 주차장이 있고 관광객들이 거닌다. 뻘밭은 흔적도 남아 있지 않고 백사장의 면적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새마을번영회는 지난 16일 마을 부녀회·노인회 등과 함께 더클래스300 호텔에서 ‘새마을 50주년 한마음 마을잔치’를 열었다. 이 잔치에는 마을 주민 250명이 참석했고 주민들은 마을의 변화상을 돌아보며 마을 발전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현재 새마을 주민들 중에는 도시재생 방식의 마을 발전에 적극적인 이들이 있다. 올해 새마을번영회장 임기를 시작한 이정숙 회장은 몇 해 전부터 도시재생에 주목해왔다. 그의 생각에는 재개발이 아닌 도시재생이 새마을에 적합한 발전 방식이다.
지금까지 새마을에는 재개발 추진이 세 번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마을 주민들의 반발이 컸다. 어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아파트에서 그물 수선을 할 수 없다고 재개발을 반대했다. 그리고 이제는 재개발을 추진하려고 해도 연로한 어르신들이 많아서 쉽지 않다. 재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어르신들이 이사를 가 있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아파트 입주비용도 문제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정숙 회장은 건물들을 전면적으로 철거하는 방식의 개발은 힘들고 기존의 장소를 유지하면서 개발하는 도시재생 사업이 적절한 대안이라고 본다.
“마을에 더 이상 아파트를 지으려고 해서는 안 돼요. 새마을은 입지가 좋아요. 속초해수욕장, 바다향기로, 외옹치 등 관광지를 주변에 두고 있어서 관광에 초점을 두고 마을을 개발해야 해요. 마을 이름은 ‘새마을’에서 ‘수해전통마을’로 바꾸고 관광객들이 전통마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거죠.”
옛 모습이 남아 있는 오래된 가옥 단장, 마을 상징 조형물 건립, 공연장 마련, 골목시장 및 차 없는 거리 조성, 5일장 개설, 골목 명칭 부여, 전통음식 판매, 상가 홍보용 터치스크린 설치 등은 이정숙 회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들이다. 이 일들은 공동체 사업으로 마을 주민들이 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한다.
현재 속초시가 수립한 도시재생전략계획에는 새마을도 포함돼 있다. 이 계획은 현재 시의회 의견 청취를 거쳤고 이달 말에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받은 후 다음 달에 강원도에 승인을 요청하게 된다. 그 이후에는 도시재생 사업이 좀 더 구체적으로 진행된다. 속초시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새마을의 경우 주민들의 도시재생 참여 의지가 높은 편이어서 이 점이 사업 추진의 긍정적인 요소이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이정숙 새마을번영회장(왼쪽)과 양순필 새마을부녀회장.
지난 16일 열린 ‘새마을 50주년 한마음 마을잔치’.
1968년 10월 해일 피해 주민들을 위해 그해 12월에 조성한 새마을 재해 주택단지.(속초문화원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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