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청학동 ‘속초클라이밍짐’(대표 남정아). 여러 명의 사람들이 인공암벽에 매달려 스포츠클라이밍에 몰두하고 있다. 벽에 붙어서 이동하는 이들의 숨소리가 제법 거친 것으로 보아 스포츠클라이밍은 칼로리 소모가 꽤 큰 운동이라는 인상을 준다.
스포츠클라이밍은 몇 해 전부터 대중매체를 통해서 적지 않게 소개되고 있다. 그래도 주변의 학교 운동장만 가도 골대가 있는 축구, 농구 같은 종목과는 달리 아직은 인공암벽 시설물이 흔치 않아 실제 이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을 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스포츠클라이밍이 대중성 있는 스포츠이다. 일본에서는 스포츠클라이밍이 활성화돼 있어서 아마추어뿐만 아니라 프로선수층도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두텁다. 이 종목은 2020년 도쿄올림픽 정식종목이다. 이런 점을 알게 된다면 많은 이들이 스포츠클라이밍이라는 운동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이 홀드(손으로 잡는 돌출 부위)를 잡고 벽에 매달려 있다. 그 사람의 등 뒤로 남정아 대표가 긴 지시봉을 들고 어떻게 진행할지 지도하고 있다. 홀드 옆에는 숫자들이 보인다. 벽에 매달린 이는 1부터 적힌 숫자들을 따라 천천히 옆으로, 그리고 위아래로 이동해 나간다. 클라이밍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한 사람은 40번 가까이 이동하다 힘에 부치는지 떨어지고 만다. 아쉬워하는 이에게 남 대표는 잘했다며 용기를 북돋운다. 스포츠클라이밍을 오랫동안 한 사람도 쉬지 않고 4분 이상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전신운동이에요. 심폐 기능을 활성화하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죠. 허리가 좋지 않은 분에게도 유익해요.”
지난달 지인으로부터 기존 시설을 넘겨받아 실내암벽장을 재개장한 남정아 대표는 전문산악인임에도 처음에는 스포츠클라이밍이라는 종목을 좋게 보지 않았다고 한다.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아콩카과 같은 여러 명산을 다녀 온 남 대표는 자연 속에서 산을 오르는 것을 좋아했고 실내 클라이밍은 자연에서의 실전을 위한 연습 과정일 뿐이라 여겼다. 또한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는 스포츠클라이밍이 남 대표의 체질에 맞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남 대표의 생각이 바뀌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그것만의 장점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남 대표는 국립등산학교에 근무 중인 남편과 함께 스포츠클라이밍의 저변 확대를 위한 열의가 크다. 서울에서 전문적인 등반을 가르쳐온 남 대표는 작년에 속초로 이사를 왔다. 그가 보기에 속초는 아직까지 스포츠클라이밍 불모지이다. 속초에는 실내암벽장 수가 미미하고 스포츠클라이밍 인구 역시 많지 않다.
실내암벽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암벽시설이 설치돼 있다.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듯 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인공암벽도 보인다. 30도 정도 뒤로 젖혀진 벽에는 가녀린 체구의 여성이 능숙하게 클라이밍을 진행 중이다. 이동 속도가 심상치 않아 그 사람의 나이가 50대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다른 벽에선 또 한 명의 50대 여성이 천천히 클라이밍을 하고 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중독성이 있어요.”
한 남성이 이렇게 말하자 잠시 쉬고 있던 다른 이가 여기에 말을 보탠다.
“그렇죠. 중독성이 있죠. 하다가 보면 점점 잘하게 되니 성취감으로 계속 하고 싶어지죠. 특히, 애들한테는 집중력 향상에 좋아요.”
남성이 계속 말을 이으며 스포츠클라이밍에 찬사를 보낸다.
“실내암벽 등반을 하게 되면 자연암벽 등반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죠. 자연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것들을 스포츠클라이밍을 하면서 가져가실 수 있을 거예요.”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속초클라이밍짐’ 남정아 대표가 긴 지휘봉을 들고 클라이밍을 지도하고 있다.
‘속초클라이밍짐’ 남정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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