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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스쿠버다이버 김규영의 살아온 이야기<10> - 영금정의 돛단배 타던 소년
망망대해 요트의 긴 여운
등록날짜 [ 2019년05월20일 17시13분 ]

1960년대 중반 김규영 회장의 어린 시절, 영금정에는 돛단배들이 있었다. 그 시절 이 배들은 영금정 아이들의 놀이기구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돛단배를 타면서 어른들부터 돛단배를 모는 방법을 배웠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는 요트 항해법에 대해 조기교육을 받은 셈이다.
요트는 돛 또는 기관으로 움직이는 작은 배이다. 요트라는 단어는 서양식 돛단배를 이용하는 수상경기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요트라고 하면 흔히들 커다란 돛이 달린 근사한 배를 떠올리며 무언가 낭만적인 것이라 생각하지만, 스포츠로서의 요트는 마냥 낭만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요트 경기에서는 동력기관을 사용해서는 안 되고 돛으로만 가야 해서 까다롭고 힘든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난다. 요트에는 엔진이 달려 있지만, 이는 대회 시 부두에서 다른 배에 피해를 주지 않고 요트를 정박하는 데 사용하거나, 혹은 항해 중 일어나는 긴급한 상황에서만 가동할 수 있을 뿐이다. 요트 경기에서는 요트에 실린 연료량을 확인해서 실제로 요트가 바람만을 이용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한 대의 크루저(먼 바다까지 항해할 수 있는 대형 요트)를 몰기 위해서는 적어도 4명 이상이 필요하다. 키를 잡는 사람, 뱃머리에서 진행방향을 살피는 이, 돛을 펼치고 접는 바우맨(bowman)은 핵심 인력이며 이외에도 항해사, 선장 등이 있다. 배의 규모가 커질수록 돛의 조정과 배의 운항 일을 세부적으로 나눠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요트 경기는 이렇게 참여 인원이 여러 명이기에 사람들을 조율하는 스키퍼(skipper - 선장)의 역할과 구성원들의 협동심이 중요하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스키퍼에 따라 거친 말을 쏟아내기도 해 요트 경기에 낭만이 끼어들 틈은 없다. 이는 전쟁 같은 상황에서 말을 짧게 하다가 벌어지는 일일 뿐 대체로 악감정을 담은 언사는 아니라고 한다.

거친 파도와 싸우며 울릉도까지
김 회장이 2008년 10월에 참가한 코리안컵 국제요트대회는 여러 힘든 일을 겪은 덕에 그의 기억 속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당시 코리안컵 국제요트대회는 크루저로 포항~울릉도~독도~울릉도 구간에서 경기를 펼쳐 우승자를 가렸다. 그가 탄 요트는 길이가 12미터 넘었고 승선 인원이 10명이었다.
대회 첫날은 포항 영일만 연안에서 비교적 순조롭게 예선 경기를 치렀지만 이튿날은 날씨 때문에 경기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다. 원래는 오전 10시가 출발시간이었는데,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게 일어 주최 측에서 일정을 미뤘다. 파도는 5미터까지 치솟았고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외국에서 온 심판들이 이 정도 파고에서는 대회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대회 진행을 재촉했고 결국 정오에 본선이 열렸다.
영일만을 빠져 나갈 때 바람이 매우 강했고 그로 인해 요트에서 활짝 펼쳐진 형형색색의 수많은 돛들이 장관을 연출했다. 그러나 멋있는 광경도 금방 지나가 버리고 거친 파도와의 싸움이 시작됐다. 주위의 어떤 배들은 물속에 들어간 듯 보였고 또 다른 배들은 공중에 떠 있을 정도로 바다가 요동을 쳤다.
김 회장이 속한 팀이 울릉도 사동항에 도착한 것은 자정 무렵이었다. 그 시간에 한 노인이 항구에서 이들을 맞았다. 그 노인은 모든 배들의 출항이 금지된 이런 날씨에 도대체 얼마나 큰 배들이 들어오는 건지 궁금해 나왔다고 했다. 노인은 장난감을 쳐다보듯 배를 쓱 한번 본 다음 “돛단배네”라고 말하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신기해했다.
독도를 향해 출발한 것은 다음날 오후였다. 그런데 배를 출발시키려 하자 문제가 생겼다. 요트의 스크루에 줄이 감겨 있었다. 정박 시 다른 배를 묶었던 줄이 걸린 것이었다. 이에 김규영 회장은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 감긴 줄을 잘라내기 위한 작업을 했다. 줄을 끊기 위해 잠수를 하려는데 웨이트 벨트(다이버가 물속에서 몸의 부력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납으로 된 벨트)가 없어서 니퍼, 스패너, 볼트를 허리에 주렁주렁 달고 물에 들어갔다. 스크루에 감긴 줄은 자일(등산용 밧줄)만큼 질겨서 잘라내기가 매우 어려워 애를 먹었다. 결국 줄을 잘라냈으나 40분이 지나버렸고 10월 말 차가운 수온으로 인해 김 회장은 저체온증에 걸려 남은 대회 기간 동안 고생했다.

4박5일간 통영서 속초까지
김규영 회장은 몇 해 전 통영에서 출발해 속초까지 요트를 몰고 온 적이 있다. 당시 2인 1조로 4박 5일 동안 한 명씩 교대로 밤에도 쉬지 않고 배를 몰았다. 보통 요트를 몰 때에는 정치망에 걸리지 않기 위해 해안 10마일 이내(약 16km)로는 들어오지 않는데, 16km 밖에서는 전화가 터지지 않아 이 역시 위험한 것이라 어쩔 수 없이 해안 가까이에서 배를 몰았다. 그러다가 요트가 정치망 표지를 스친 적도 있다. 하마터면 배가 넘어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배에서 며칠을 보내는 동안 위험한 일을 겪기도 했지만 요트에서 경험하는 자연의 신비는 김규영 회장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아침이면 해가 뜨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넓디넓은 바다에서 밝아 오는 태양은 그의 마음속에 긴 여운을 남겼다.
<다음에 계속>
구술 김규영 속초시요트협회 회장 
정리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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