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고 맛있는 밥상, 문제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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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문화원 주관, 박찬일 셰프 음식문화 특강 / 원가 떨어뜨리는 싼 식재료와 화학조미료

등록날짜 [ 2019년05월13일 14시27분 ]

음식이 맛있는데 저렴하고 거기에다 양까지 푸짐하다면 외식 메뉴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다. 그런데 그 이면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면 어떨까? 지난 9일 속초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요리사이자 음식 칼럼니스트인 박찬일 셰프의 특강 ‘박찬일 셰프와 함께하는 우리의 맛(부제 – 한국 요식업의 그늘)’에서는 이 문제를 다뤘다.
속초시가 주최하고 속초문화원이 주관한 이 강연의 서론은 식당의 영문 메뉴판 사례를 환기하는, 조금은 가볍고 흥미로운 소재로 시작했다. 가끔 인터넷상에는 식당 메뉴판의 영어 표현이 화제가 되곤 하는데 음식명의 엉뚱한 영문 표기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육회가 여섯 번을 뜻하는 ‘six times’로, 곰탕은 ‘Bear Thang’이라는 정체불명의 이름이 돼버린다. 그런데 식당 메뉴판에 엉뚱한 번역이 적지 않은 것은 주류도매상들이 메뉴판에 주류 광고를 붙이는 조건으로 메뉴판 제작을 대신해주는 것에 어느 정도 원인이 있다. 광고가 목적인 주류도매상들은 영문명에 주의를 기울일 가능성이 낮다.
메뉴판의 오류에 이와 같은 배후의 사정이 있듯, 식당과 음식의 변화에도 사회적 배경이 존재한다. 가령 설렁탕에 국수가 들어간 것은 1960년대 후반이다. 이는 박정희 정권의 혼·분식 장려에서 비롯됐다. 혼·분식 장려는 베이비붐에 따른 인구 증가로 쌀 부족 현상을 겪게 되면서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나온 것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설렁탕에 국수가 들어가도록 행정지도가 이뤄졌다.
박찬일 셰프의 인문학적 통찰은 요식업 실태에 대해서도 이어진다. 강연에서 그의 초점은 한국식 식당 문화에 대한 것이다.
한정식 식당에 가면 반찬들이 다양하게 나온다. 사람들은 대개의 경우 이 음식들을 다 먹지도 못하고 남긴다. 그런데 많은 식당에서 음식의 종류와 양에 비해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은 편이다. 한정식 식당뿐만 아니라 저렴한 백반집도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식사를 하다가 부족한 반찬을 더 달라고 하면 대개는 주인이나 점원이 별다른 대꾸 없이 그냥 가져다준다. 푸짐하면서도 비싸지 않은 음식. 사람들은 이에 대해 큰 의심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달갑지 않은 사실들이 숨어 있다.
식당이 종류가 다양하고 양이 많은 음식을 저렴하게 내놓기 위해서는 싼 식재료가 있어야 가능하다. 많은 식재료들이 국내산이 아니고 저가의 외국산이다. 갈치는 세네갈, 문어는 모리타니, 참깨는 수단 등, 박찬일 셰프가 확인해보니 한 식당에서 나온 식재료 원산지가 27개국에 이르렀다. 그리고 저가의 식재료뿐 아니라 먹다 남은 음식의 재활용도 저렴한 식사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비법이다. 또한 화학조미료 사용도 원가를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양념을 제대로 만들려면 비용이 많이 들지만 화학조미료는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게 해준다.
박찬일 셰프는 음식의 값을 제대로 지급한다면 이런 일들이 어느 정도는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밥값을 500원만 더 올린다고 해도 서민들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렇다면 식당 운영자들에게 세제를 비롯한 각종 혜택을 주면 어떨까? 농가에 여러 혜택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왜 그래야 하냐고? 박찬일 셰프가 보기엔 한정식·백반 요리는 우리가 지켜 나가야 할 고유한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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