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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오이소박이
등록날짜 [ 2019년05월13일 13시33분 ]

친구의 딸 혼사가 있어 축하해 주러 갔더니
축하연으로 근사한 뷔페 음식이 마련되어 있었다.
맛있는 것만 골라 쓸어 담다가 발견한
고귀한 음식 오이소박이.
뷔페에 물김치, 갓김치는 흔해도 오이소박이는 흔치 않은데
그러고 보니 ...... 초여름이구나 !

허겁지겁 오이소박이 하나를 물었다.
겉절이는 지났으니 됐고
푹 익어 시지도 않았으니 내 입맛에 딱이네.

음력 오월 초하루는
그리운 아부지의 생신날.
내 어린 시절에 이날 아침이 오면
부엌의 어머니는 얼굴이 하얘지도록 분주해지고
아부지와 단둘이 북에서 내려온 후 시집간 큰 누님은
반찬 몇 가지와 선물을 바리바리 싸 들고 찾아왔다.
나는 공연히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동네를 돌며 
아부지 친구분들께 아침 진지 드시러 오시라 알렸다.

우물 옆 앵두나무 열매는 한껏 빠알갛게 익었고
평상에 앉은 아저씨들의 얼굴도 막걸리 반주에 얼벌벌해져 갔다.
취하신 탓일까
아저씨들은 어머니의 공은 뒤로 하고
선물을 돌린 큰 누님의 칭찬에 바빴는데
아부지는 그런 저런 대화 속에
잃고 온 북의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시는 듯 했다

갈비찜, 잡채 그리고 고기 미역국 …… 그 보다
그 생일상에서 고고한 자태를 뽐낸 것은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는 큰 누님 표 오이소박이가 으뜸이었다.
일년에 딱 한번 아부지 생신상에나 올랐던 그 오이소박이.

두 번째 뷔페 접시에 오이소박이 몇 개를 올렸다.
매콤하기는 탕수육의 느끼함을 덮기에 부족함이 없고
부추의 쌉쌀함은 깐풍기의 텁텁함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디저트 접시도 오이소박이 몇 개만으로 채웠다. 촌스럽게스리.

한 때는 당신의 며느리 손으로 오이소박이를 담그어
김치냉장고에 두고 사시사철 상에 올릴 수도 있었건만
이제는 아부지의 얼굴마저 희미해질 지경이 되었으니
제사상에 한번 올리기도 벅차게 되었구나.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는 말이
어린아이처럼 어버이를 찾게 된다는 의미인 것일까.
돌아가신 어버이는 다 옛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옛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옛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는데……

내가 이 세상을 하직하기 전에
자식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렇게 말하리라.
나는 내가 그토록 사랑하던 아부지를 만날 기대에 가슴이 벅차니
웃으며 나를 보내주면 안되겠니?

나는 아부지를 만나서 매몰차게 따질 것이야.
아부지가 좋아하시는 고량주를 실컷 사드릴 테니
잠깐만 기다리시라고 그렇게 그렇게 애원했는데
왜 그 술 한잔 안받으시고 황망히 떠나셨느냐고.
이강오 / 개성소아청소년과 원장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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