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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 스무날을 함께 울다
등록날짜 [ 2019년05월13일 12시10분 ]
오늘로 노란조끼를 벗는다. 스무날 동안을 연일 계속해서 입어왔던 봉사단조끼를 드디어 벗는다. 산불재해를 입은 장천마을에서 지난 4월 16일부터 위로하며 섬겨온 점심식사 봉사 릴레이를 5월 4일자로 마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스무날을 장천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보냈다. 이제 임시주거용 컨테이너가 곧 제공될 예정이고, 모내기 농번기가 시작되면서 일터현장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해야 하기에, 마을통장님과 조율 끝에 마무리하게 되었다.
시작할 때는 쌀쌀했는데 한 달이 지나 이제 초여름이 되었다. 막상 점심봉사를 마치려니 스무날동안 황망 중에도 마을 주민들과 정이 많이 들어 섭섭함이 크다. 특별히 어르신들 한분한분 사는 이야기가 이제는 아는 것을 넘어 마음으로 이해하고 아픔과 고통을 나누는 정도까지가 되었다. 하루라도 점심에 안보이시면 어디가 불편했는지, 간밤에 무슨 탈이 생겨 병원에 다녀왔느니 하는 일상적인 이야기까지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으니 말이다.
장천마을에서 점심봉사의 하루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된다. 필자보다 항상 먼저 도착한 총무목사님이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준비한 간식을 커다란 쟁반에 펼쳐놓는다. 마을 노인정에는 방이 세 개다. 표시는 없지만 남녀 방이 엄연히 다르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 순으로 노인정에 등청하신다. 이때가 되면 전 부녀회장님이 “난 허가 난 도둑놈이야!”라면서 간식을 챙겨서 방에 들이신다. 미안해서 하는 말씀이다. 그러지 마시라 해도 소용없다.
부녀회 메주공장 부엌을 점심봉사 주방으로 사용했다. 12시가 임박하면 마을 분들이 노인정으로 모인다. 논밭에서 일하던 장화신은 모습 그대로 삼상오오 당도하면, 끓여 소독한 식판에 교회에서 바리바리 정성으로 준비한 음식을 식판에 담는다. 봉사자들이 지그재그로 서서 식판을 연탄배달 하듯이 릴레이로 전달하여 방에 들인다. 보통 80~100인분을 준비해야 했다. 후식으로 과일과 다과를 곁들였다. 설거지도 봉사자의 몫이다. 그렇게 스무날을 보냈다.
속초시기독교연합회(속기연)와 속초기독교종합복지회(속기복)가 스무날 동안 봉사하고 섬긴 산불재해마을 점심봉사 릴레이는 별다른 계획도 없이 시작한 일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속기연 내에 조직적인 재해대책 위원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산불화마가 휩쓸고 지난 4월 6일부터 임원진이 의견을 공유하고, 8일 저녁 만천교회에서 임시재해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날 속기연회장 목사님이 재해대책 위원장, 속기복 대표인 필자가 재해대책 부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그 밤에 필자의 제안으로 재해민 임시숙소를 현장 방문했다.
다음날인 9일 장천마을 현장에 가보니 적십자와 종교단체를 비롯한 여러 봉사단체들로 붐볐다. “일주일이면 봉사단체가 전부 떠나니 그때 필요하다”는 농협조합장님의 조언으로 봉사를 일주일 미루었다. 그동안 봉사조끼, 현수막, 천막텐트를 준비하고, 교회별로 돌아가면서 하루씩 맡아 하도록 릴레이 봉사일정을 정했다. 모든 비용은 교회가 떠맡았다. 점심봉사가 필요한 이유는 아침저녁은 임시숙소에서 각자 해결이 가능하지만, 낮에는 마을에서 재해복구와 농사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점심식사 해결이 절실한 문제였다.
감사한 것은 산불재해민 점심봉사 일정이 날마다 풍성하게 채워졌다는 사실이다. 준비일 포함, 20일간 봉사 연인원 450여명, 점심 1,300인분, 간식 1,600인분, 비용으로 환산하면 1,400만원으로 자체 집계를 했다. 또한 속기연에서 부활절 천사헌금을 모으고, 전국 각지의 교회들이 연합하여 보내온 성금을 합해 직간접으로 산불재해가정에 전달한 성금총액도 6일 현재 2억5천8백만원을 넘었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로마서 말씀처럼 스무날을 함께 울었다. 이웃사랑실천에 협력한 속기연 교회와 섬김의 본을 보인 모든 봉사자들께 감사드린다. 아픈 이웃이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최철재
경동대 교수·이학박사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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