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동안 갈고 닦은 삶의 터전입니다. 철저하게 배상받고 재기해야죠.”
중소상공인피해복구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 곽철신(65) 한일건업 대표는 지난달 4일 발생한 고성산불로 토성면 인흥리에 위치한 1,200여평 규모의 수산물 가공공장이 모두 전소됐다.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공장에 가려고 했지만, 접근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마을전체가 불바다였어요. 그냥 멀리서 속만 태우며 타고 있는 공장을 보는데 정말 마음이 무너지더라구요.”
1층의 공장시설과 제품은 물론 2층 사무실에 있던 거래처 장부도 건질 수 없었다는 곽 대표는 고성군에 신고한 피해금액만 120억원이라고 했다.
충남 예산 출신인 곽 대표는 지난 1987년 당시 하던 사업이 기울자 누나가 살던 고성으로 이주했다.
“처음 몇 년간은 하루 2시간도 못자며 오징어 건조부터 노가리 건조까지 수산물가공공장에서 앞만 보며 열심히 일했어요.”
그가 피와 땀으로 일군 한일건업은 지난 1992년 10월 창업했다. 곽 대표의 소신 있고 철처한 관리로 300여 곳의 거래처와 연매출 25억~30억원을 달성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굴지의 중소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이제 좀 자리 잡고 편히 사나 했는데. 계속 열심히 살라는 뜻인가 봅니다.” 애써 웃으며 말하는 곽 대표는 “주변에서 몸져눕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지인들이 많아요. 하지만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야죠”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결성한 중소상공인피해복구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추대됐다.
“내 재산 ‘누가 찾아 주겠지’ 하며 뒷짐 지고 있지는 못하겠더라구요. 힘든 자리이고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을 알지만 열심히 해 볼 생각입니다.”
고성군에 따르면 이번산불로 194개업체 826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곽 대표는 조만간 피해 소상공인 220여명을 결집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향후 투쟁방향에 대해 결정할 계획이다.
“남의 집을 태워 먹었으면 물어내야 되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요. 한전과 정부의 책임 있는 배상으로 사업체가 원상복구되는 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곽철신 대표는 영북지역 3도(충청·경상·전라도) 청년연합회 초대회장, 영북지구 충청향우회장, 새강원포럼 속초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충청향우회중앙회 공동대표와 강원도연합회장을 맡는 등 지역사회 발전과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해 왔다.
우지현 기자 orrola@hanmail.net
한일건업 곽철신 대표가 산불로 잿더미가 된 공장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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