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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스쿠버다이버 김규영의 살아온 이야기<8> – 인명 구조 베테랑
“발걸음이 떨어지게 해주세요”
등록날짜 [ 2019년05월06일 11시15분 ]

산악인이자 다이버인 김규영 회장은 인명 구조 활동에 참여해본 경험이 풍부하다. 뉴스에 크게 보도될 정도의 사고에도 구조를 위해 여러 번 참여했고, 1990년대에는 3년 정도 속초해수욕장 구조대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구조대장으로 일할 당시를 기억하는 김 회장의 표정에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그는 구조대장으로서 여러 가지 변화를 추구해 외국에서 관심 있게 살펴봤던 시스템을 구조대에 접목하고자 했다. 해변의 구조대 하면 떠올리는 상징적인 시설인 높은 망루를 사용하지 않고 바닷가 바로 앞에 대원들을 배치했으며 대원의 복장은 눈에 잘 띄는 형광색으로 바꿨다. 구조대가 망루를 이용하지 않은 것은 구조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서였다. 높은 망루에서 대원이 내려오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속초해수욕장서 구조대장 활동
 당시에는 구조대원이 보트나 맨몸으로 구조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그는 제트스키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식으로 예산이 배정되기 전 김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제트스키 1대를 구조 활동에 활용했다. 김 회장은 해변 구조대의 제트스키 활용은 전국에서 최초일 거라고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가 구조대장을 하는 동안에는 정식으로 제트스키 운용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고, 그가 구조대장을 관둔 다음해에 제트스키 운용 예산이 배정됐다. 늦었지만 그의 견해가 수용된 점은 그에게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구조대장으로 일할 당시 구조대장의 엄격한 현장 통제를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 인명 구조를 위해서는 확실한 지휘 체계가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해수욕장 오전 조회는 김규영 회장이 구조대장으로서 직접 주관했고 여기에는 헌병, 경찰, 구조대원, 시청 담당자까지 함께하도록 했다.
 변화에 대한 노력은 결과로서 나타났다. 그가 구조대장을 맡은 3년 동안 속초해수욕장에서는 단 1건의 사망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전국 해수욕장에서 유독 사고가 많던 해도 무사히 넘겼다. 이런 그의 성과를 보기 위해 전국의 구조대에서 속초 해변에 견학을 온 적도 있다.
 그런데 심각한 사고가 생길 뻔한 일이 있긴 했다. 어린이 두 명이 통제선 바깥에서 물에 빠져서 구했는데 한 명은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심폐소생을 실시하는 동안 119구급대가 도착해서 병원으로 이송하려는데 옮기는 도중에 애가 죽을 것만 같았다. 그 어린이는 해수욕장 통제선 바깥에서 사고를 당했기에 따지고 들면 구조대의 책임 소관이 아니었다. 그러나 김 회장은 구조대원에게 중단하지 말고 현장에서 아이에게 심폐소생술을 계속 하라고 지시했다. 119구급대원들에게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119출동차량에 응급구조사가 없었기에 그렇게 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잘못 되면 김 회장이 책임을 져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후 기적적으로 아이의 호흡이 돌아왔고 그제야 119구급대원들에게 아이를 인계해 병원에서 후속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김 회장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구조활동하면서 트라우마 겪어
 김 회장은 사람들을 구조하면서 트라우마를 심하게 겪은 적이 있다. 속초해수욕장 구조대장으로 일할 때에는 사망 사고가 없었지만 김 회장은 산과 바다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며 망자를 목격하고는 했다.
 젊은 시절 김규영 회장은 야간 산행을 즐겨서 오후 11시쯤 설악동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날 설악동에서 출발한 지 두 시간 정도 지난 때에 공포에 휩싸였다. 산에서 구조 활동에 나섰던 일이 기억났는데 그 순간 그는 발걸음을 한 발짝도 뗄 수가 없었다.
 김 회장은 산악 구조 시 선봉에 서기보다 주로 지원 역할을 했지만 구조 당시의 상황은 그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았다. 한번은 구조된 사람을 저지대로 옮기기 위해 들것을 들었는데 거기에 누워 있던 사람이 김 회장의 손목을 잡았다. 그런데 산을 내려와 보니 자신을 잡았던 그 손에서는 힘이 풀려 있었고 이 일은 김 회장에게 큰 충격으로 남았다.
 구조 당시의 급박했던 경험은 트라우마가 돼 야간 산행에 나선 이의 발목을 잡고 도무지 놔주지 않았다. 조그만 랜턴 외에는 불빛도 없고 주변 어디에도 사람의 기척은 없었다. 정적 속에서 낙엽 떨어지는 소리만 귓가에 울릴 뿐이었다. 김 회장은 공포 속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이들을 향해 진심을 다해 호소했다.
 ‘전 당신들에게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제 당신들이 저를 돌봐줄 시간입니다. 제발 제 발걸음이 떨어지게 해주세요.’
 발걸음은 한참 후에야 겨우 떨어졌다.
 보통 산악인들은 사고 당시의 자일(등산용 밧줄)을 버리는데 김규영 회장은 한 사고에서 수습한 자일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구조 활동에서 받은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해 산행에 나설 때에는 사고 당시의 그 자일을 바라보면서 등산 보고를 하는 버릇을 가지게 됐다.
 <다음에 계속>
구술 김규영 속초시요트협회 회장
정리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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