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5월 별세한 고 최명길(사진) 시인의 두 번째 유고시집 <잎사귀 오도송>(서정시학 펴냄)이 출간됐다.
시집은 박호영 전 한성대 교수와 유족이 강원도와 강원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펴냈으며, 앞서 지난해는 첫 유고시집 <산시백두대간>을 세상에 내놨었다.
평생을 은자의 모습으로 산과 명상, 불교에 심취해 살았던 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불가적 사유를 바탕으로 자연과 우주의 극미묘의 서정세계를 깨달음의 노래로 유현하게 전개하고 있다. 시집에는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짓’, ‘용아장성 암벽의 그 나무’, ‘밭을 매다 날 저문 어느 날’, ‘장엄한 맑은 빛’, ‘산 하나를 타고 넘는다는 것은’ 등 86편이 실렸다.
최 시인은 생전에 시집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3년 1월에 써 놓은 ‘시인의 말’에서 “실은 나는 이런 시를 향해 몸부림쳤으며, 이런 시에 묻혀 살아온 것 같다. 나는 무위와 유위의 사잇길을 아슬아슬하게 걸어왔다”고 했다.
‘드문드문 구멍난 잎사귀/ 벌레가 한 평생 얻어먹고 남은 양식/ 그 입 자리 참 까치랗다./ 휑뎅그렁한 구멍으로는/ 금풍동자가 놋좃에 노를 꿰어놓고/ 빈 배를 젓고 있다./ 똑딱거리는 잎사귀배/ 암만 가도 제자리 뜨기지만/ 깊은산 산그림자가 종일 타고 논다’(시 ‘잎사귀 오도송’ 중).
해설을 맡은 박호영 전 교수는 이번 시집에 나타난 최 시인의 시세계를 “‘잎사귀’를 통해 본 연기론적 세계관”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박 교수는 “시인은 세상에 얽매여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생주이멸(生住異滅)의 변천이 없는 진리를 탐구해 왔다. 그 깨우침의 대상은 인간과 서로 유기적 관계를 지니고 있는 ‘우주적 일심(一心)의 한 가족’인 자연이 건네는 말들이며, 이것은 시인의 자아의 완성을 위한 두타행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최 시인의 <잎사귀 오도송> 출판기념회는 오는 5월 7일 2주기를 기념하는 시비 제막식 행사와 함께 열릴 예정이다.
1940년 강릉에서 태어난 최명길 시인은 197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화접사> <풀피리 하나만으로> <반만 울리는 피리> <바람속의 작은 집> <은자, 물을 건너다> <콧구멍 없는 소> <하늘불탱>과 유고시집 <산시 백두대간>이 있다.
‘홍조근정훈장’, ‘강원도문화상(문학부문)’, ‘한국예술상’, ‘만해·님 시인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 5월 4일 향년 75세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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