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이 산불발생 20일만인 지난 24일부터 철거작업에 들어갔다.
첫 철거작업이 진행된 토성면 성천리 고모(67) 씨 집은 1층 창고와 트랙터, 건조기 등이 전소되고 가족이 거주하던 2층 창문이 모두 깨졌다.
그날 거센 불길 속에 미처 데리고 나오지 못한 백구는 아직도 시꺼멓게 털이 그을려 있었다.
“이렇게 다 타버릴 줄 알았으면 트렉터라도 치워놓고 가는 건데….”
고 씨는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나는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 “냄새가 나도 어떻게 해. 대피소보다는 내 집이 낫지.”
고 씨의 옆집인 한모(84) 씨의 상황은 더 안 좋다. 혼자 살고 있는 한 씨는 집이 모두 전소돼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철거한다고 해서 와 봤지. 딸이 지어준 집인데”라며 한숨을 내쉰다.
한 씨 집은 14년 전 홀로 사는 아버지를 위해 딸이 새로 지어줘 애착이 남다르다. 그는 철거 현장에서 혹시나 남은 물건이 있을까 연신 돌 더미를 뒤적였다.
군은 건축 폐기물 잔해 등이 강풍에 날려 2차 피해가 우려돼 더 이상은 피해건축물을 방치할 수 없어, ‘고성 한전발화 산불피해 이재민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해 철거에 동의하는 가구부터 순차적으로 철거를 진행키로 했다.
군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피해 건축물 644동 중 130동이 철거에 동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재민 중에는 보상과 배상, 건축물의 보험 가입 여부에 따른 철골조 소유권, 토지 소유주와 주택 소유주가 다른 문제 등으로 인해 철거작업이 완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은 행정절차를 이달까지 완료하고 다음 달부터 8개 피해마을과 폐기물량을 감안해 구역을 나눠 본격적인 철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군은 66억여원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철거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군은 재난지원금 가운데 일부를 긴급 투입하고 나머지는 도와 정부에 요청해 놓았다.
우지현 기자 orrola@hanmail.net
한모씨가 산불로 전소된 집의 철거현장에서 혹시 남은 물건이 있을까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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