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불편은 참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평생 동안 가꿔온 주택과 사업장을 제대로 된 배상을 받아 복구하는 것입니다.”
고성 한전발화 산불피해 이재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노장현(60, 사진) 위원장은 산불 발생 전까지만 해도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에서 27년째 갈비집을 운영하며 서비스왕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평범한 음식점 사장님이었다. 산불로 인해 집과 식당을 삽시간에 잃은 그는 지금 비대위원장으로 힘겨운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노 위원장을 지난 22일 토성농협 2층 비대위 임시 사무실에서 만났다.
-오늘(22일) 강원도청을 항의 방문했는데.
△최문순 도지사가 최근 도내 한 방송에 출연해 ‘이번 동해안 산불이 100% 인재가 아니다 ’라는 진행자의 OX 질문에 O라고 답한 것에 대한 철회 및 사과를 촉구하기 위해 이재민 대표 50여명과 함께 도청을 항의 방문했다. 우리는 최 도지사에게 “이번 산불은 명백한 한전의 과실로 발생한 인재다. 손해배상을 위해 한전과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최 지사는 이재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에 대해 사과했으며, 한전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이재민들의 자부담이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재민들의 어려움이 클 텐데.
△한순간에 집도 일터도 모두 잃은 이재민들의 고통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나. 많은 자원봉사자와 봉사단체들의 도움으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 고령의 이재민들 중에는 대통령이 와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으니 곧 원상복구된 집으로 돌아갈 거라 기대하는 분도 많다. 그러나 아직 현실적인 피해 보상과 지원은 전혀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기대가 실망이 되고 절망이 돼 극한선택을 하는 이재민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 현재 이재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전신주의 특고압선이 단선돼 불티가 발생한 것이 이번 산불의 원인으로 밝혀진 만큼 현재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한전의 사과와 배상과 함께 한전을 관리‧감시하고 국민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정부의 책임 있는 보상뿐이다. 산불 발생 후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정치인, 국무총리, 장관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얼굴을 비추고 갔지만, 우리에게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이는 아무도 없다. 삶의 터전도 마을 공동체도 모두 파괴됐다. 왜 우리가 아무런 잘못 없이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나.
- 향후 비대위의 계획은.
△지금껏 사과 한마디 없는 한전에 과실을 인정하고 이재민들에게 사과와 책임 있는 배상을 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에 현행 규정의 지원 규모만 말하지 말고 관련 특례법을 만들어서라도 이재민들을 구호해줄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만일 제대로 된 손해배상이 이뤄지지 않을 시 법정소송 및 투쟁에 나설 것이다. 2003년 속초 청대산 산불도 고압선이 끊어져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배상까지 2~3년이 걸린 만큼 이번에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재민 모두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힘을 모으고 우리의 뜻이 최대한 반영돼 국가와 한전으로부터 납득할만한 배상을 받아낼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 국민들도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한다.
우지현 기자 orrol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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