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전국 각지의 스쿠버다이버들이 김규영 회장의 더스쿠버샵에 모였다. 올 한 해 다이버의 안전을 비는 개해식과 김규영 회장의 무사고 30년 기념 파티를 위해서였다. 참석자들은 아침 일찍부터 바다로 나가 다이빙을 즐겼고, 다이빙을 마친 사람들은 마당에 모여 즐거운 표정으로 바비큐 요리를 기다렸다. 김 회장이 이날의 주인공이었지만, 그는 자신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을 대접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제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다이빙 안전수칙을 잘 따라준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김 회장은 자신의 30년 무사고 여정에서 수강생과 조력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여러 차례 위기 겪은 다이버 삶
적지 않은 이들이 스쿠버다이빙을 레저로 즐기고 있지만 다이버로서의 삶은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때가 많다. 레저가 아니라 일로서 다이빙을 하게 되면 큰 사고 없이 30년간 이어가기 쉽지 않다. 사고를 당하지 않더라도 보통 그 전에 은퇴한다.
무사고 30년인 김 회장에게도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 예전 한 유원지에서 물에 빠진 사람을 수색한 적이 있는데 몸에 줄을 묶고 발전기용 터빈 근처를 살펴보게 됐다. 그런데 지상에 있는 이들이 수면 아래의 상황을 모르고 줄을 너무 많이 풀어 버려서 하마터면 터빈에 빨려 들어갈 뻔했다. 물살이 셌지만 그는 사력을 다해 역류해서 헤엄쳐 나와 무사할 수 있었다.
고성의 한 저수지에서도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청소를 위해 수문에 붙은 이물질을 제거했는데 물이 급속도로 수로로 빨려 들어가면서 큰일이 날 뻔했다. 김 회장은 쌓여 있는 이물질이 여러 개라서 하나를 치울 때마다 물이 조금씩 빠진다고 생각했으나, 작은 조각 하나를 떼는 데 예상과 달리 급격히 물이 빨려 들어가서 매우 당황했다. 하지만 그는 재빠른 대처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언젠가 배가 정치망에 걸려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 가끔씩 이런 일이 있긴 하지만 그날은 악천후 상황이었다. 의뢰인은 날이 좋을 때까지 기다리면 배가 뒤집힐 것 같다면서 이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좋지 않은 날씨에 자칫 정치망이 몸을 휘감아 치명적인 사고가 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절박한 사정을 듣고 바로 작업을 진행했고 성공적으로 일을 마쳤다.
어민들 돕는 배 밑 이물질 제거
김 회장은 선박 하부에 붙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도 하고 있는데 이 또한 까다로운 일이다. 배의 스크루에 그물이나 밧줄이 걸리면 배의 운행이 어려워 어민들은 난감한 처지에 놓인다. 배를 육지로 올려서 이물질을 제거하려면 길게는 며칠씩 시간이 소요되고 그동안 조업을 나가지 못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때 어민들은 김규영 회장에게 연락하고 김 회장은 이내 물속으로 들어가 어민들의 고충을 해결한다. 그런데 물속에서의 작업은 겨울에는 너무 춥고 밤에는 캄캄해 작업이 쉽지 않다. 어떤 배에는 폐그물이나 이물질이 걸리면 자동으로 이를 잘라버리는 장치가 있는데, 이런 배에 붙어서 작업을 하려면 장치의 날이 위협적이다. 또한 스크루에 보호망이 있으면 작업이 무척 까다롭다. 그리고 선박의 하부에서 작업을 하고 있을 때 배 위에서 이를 모르고 누군가가 배의 시동을 걸게 되면 스크루가 돌아가면서 끔찍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해 다이버가 목숨을 잃은 적도 있다.
김 회장은 특히 추울 때 작업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고 한다. 너무 추우면 손이 움직이지 않아 작업의 진행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뭍으로 나와서 몸을 녹인 후 다시 차디찬 물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한 번 작업에 12시간 가까이 물과 땅을 반복적으로 오간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어려움이 크지만, 김 회장은 우리 지역에서 이 일을 수년에 걸쳐 꾸준히 해오고 있다. 어민들을 돕기 위해서이다.
“대다수가 농사짓던 시절에는 서로 기술을 나누면서 살았잖아요? 저도 그런 의미에서 이 일을 하는 거죠.”
그는 평균 잡아 한 달에 다섯 번 정도는 배 밑의 이물질을 제거한다. 물론 이 일이 무료는 아니다. 애초에 비용을 받지 않다가 이물질과는 상관없는 호출이 너무 많아져 다른 일이 힘들어 최소한의 금액을 설정했다.
김 회장은 이 까다로운 일을 언제까지 할지 아직 기한을 정해두지 않았다.
“시골에서 어르신들이 지게를 지는데 도시에서 자란 젊은 사람들은 이게 힘들어요. 경험이 쌓이면 나이가 들어도 요령이 생겨 할 수 있는 일이 있죠. 아마 저도 시골 어르신들이 농사를 짓고 지게를 지듯이 계속 그렇게 할 거 같네요.”
<다음에 계속>
구술 김규영 속초시요트협회 회장
정리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지난달 30일, 30년 무사고 기념 파티에서 소감을 밝히는 김규영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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