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토성면 봉포리 산불 이재민입니다. 우리 이재민들은 한순간에 불어 닥친 화마에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집이 전소된 후 정신을 차려보니 말로만 듣던 ‘이재민’이 되었습니다.
재만 남은 집터를 보는 순간 저는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랜 세월 소중히 보관해온 조상님들의 유품과 할아버지, 아버지의 유품이 모두 소실되었습니다. 불효자의 회한의 눈물입니다. 화마는 삶의 터전은 물론 긴 세월 함께 한 소중한 자료, 기억, 그리움, 추억까지 할퀴어버렸습니다.
정부와 한전 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이재민들이 보상해달라는 것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그 가치들을 보상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잃어버린 것 중 어쩌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건물과 생활용품을 보상해달라는 것입니다. 당신들 때문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잃어버린 그 가치는 우리 이재민들 가슴에 한이 돼 죽을 때까지 마음에서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한전은 말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 이재민들은, 아니 전 국민이 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왜 한순간 이재민이 되었는지를. 그럼 이제는 한전과 정부가 답변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난 24일 한전 사장이 방문해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추상적이고 모호한 답변이 아니라 우리 이재민들이 입은 손실에 대해 한전이 무한한 책임을 지겠다는 답변과 한전의 보상과 배상이 진정성을 가지도록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겠다는 정부 당국의 답변 말입니다.
끝으로 한전과 정부 당국에 다시 한 번 강력하게 호소합니다. 이번 사태를 회피하거나 외면하거나 발을 빼려고 하면 이재민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할 것임을 직시해, 한전과 정부 당국은 공동책임을 인식하고 이재민들이 하루속히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보상과 배상에 대한 빠른 해결방안을 제시해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김혁기
고성 봉포리 이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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