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와 고성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대형산불이 발생한 지 20여일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와 관계부처에서는 대통령과 장관들이 잇따라 방문해 빠른 복구와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이재민들에게 속 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산불 발생의 책임을 지고 있는 한전은 산불이 발생한지 20일 만에 김종갑 사장이 속초와 고성을 방문해 이재민들에게 사과하고 형사적인 책임이 없더라도 민사적인 잭임을 다하겠다고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이재민들은 한전의 과실이 드러났다며 피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일단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실무협상팀(TF)을 속초지사에 상주토록 해 피해 주민들과 협상에 나설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이재민들의 요구는 명확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한전이 관리하는 특고압 전선이 끊어지면서 발생한 아크 불티로 인해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한 만큼, 한전이 산불 발화의 책임을 지고 신속히 피해 배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전의 배상 전에 정부가 선지원을 해달라는 것이다. 경찰 수사를 통해 한전의 과실을 정확히 밝혀야 하겠지만, 한전 사장도 인정했듯이 한전이 관리하는 설비에서 산불이 시작됐다는 사실에 근거해, 산불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전은 이와 함께 이번처럼 한전 설비로 인한 대형산불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도 세워야 한다. 이에 대한 이재민들의 질문에 김 사장은 “초속 37m의 강풍에도 견디도록 설비했지만, 산불이 난 만큼 지금보다 안전기준을 더 높여야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답변했다. 설악권은 봄철 건조한 날씨에 양간지풍에 따른 강풍이 잦은 곳이다. 언제 또 대형산불이 발생할지 모른다. 한전은 산불 당일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이상이 없었다고 하지만, 한전시설이 원인을 제공해 대형산불이 발생했고 참담한 피해를 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