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 영랑동 장천마을 산불피해 시설물에 대한 철거작업이 지난 17일부터 본격화 됐다. 지난 4일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미시령도로변 전봇대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한 지 13일만이다.
산불피해 시설물 철거작업은 장천마을과 함께 많은 피해가 발생한 속초고 주변 영랑동 12통 일대에서도 동시에 진행됐다.
이날 오전 장천마을. 21가구 4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장천마을은 산불이 발생한 지 보름여가 지나 매캐한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검게 타 버린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는 시설물 잔재물과 검게 그을린 수목과 산림들이 산불피해 참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재민 대부분이 장천마을회관에서 임시 숙소인 농협수련원과 LH속초수련원으로 옮겨, 마을회관 앞 광장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던 자원봉사자들도 대부분 철수한 상태였다. 농협농가희망봉사단만이 남아 주민들과 이재민들에게 생수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었다. 마을회관 앞에는 ‘산불피해를 입으신 장천주민 여러분! 빠른 복구를 기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부착돼 있었다.
자원봉사자와 지원인력 등이 대부분 떠나버린 마을에서는 산불피해 시설물 철거에 투입된 작업인력과 군장병들이 눈에 띄었다. 마을회관에서 왼쪽 골목으로 50여m 들어가자 요란한 중장비 소리가 들려왔다.
철거작업이 시작되자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타 위험스럽게 버티고 있던 시설물이 이내 무너져 내렸다.
불에 타 검게 그을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던 주방도구들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던 한 이재민은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했다. 이웃들도 철거현장을 찾아 위로하며 아쉬워했다.
60년 째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꾸려왔다는 이 이재민은 “다시 이곳에 정착해 이웃들과 오순도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30여m 떨어진 산불피해현장에서도 용접기를 이용해 비닐하우스 잔재물을 절단하고 화물트럭에 실어 운반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번 산불로 가옥과 농산물보관창고가 대부분 전소된 장천교 인근 민가에서도 102기갑여단 군장병들이 투입돼 비닐하우스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산불이 번진다는 소리에 급히 몸만 빠져나왔다는 심수길(67) 씨는 “잔재물들을 어떻게 치워야할지 막막했는데 군장병들이 투입돼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바로 건너편 물류창고 산불피해현장에서도 군장병과 군장비가 투입돼 철거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장천마을에서는 모두 6가구에 대한 시설물 철거작업이 진행됐다. 영랑동 12통 속초고 인근에서도 1가구의 철거작업이 이뤄졌다.
시는 지난 16일까지 중앙재난피해합동조사단의 피해 시설에 대한 현지조사가 완료되자 17일부터 본격적인 철거작업에 들어갔다. 철거작업은 장천마을, 사진마을~속초고 일원, 학사평~영랑호 구간 등 3개 구역으로 나눠 이달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속초지역은 지난 15일 오후 6시 현재 산림 170ha(잠정)가 불 타고, 2,575건(공공시설 130건, 사유시설 2,445건)의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다.
가옥 83채가 불에 타 이재민 183명이 발생했으며, 3개 임시수용시설과 친인척 집 등에 기거하고 있다. 고명진 기자
지난 17일 오전 장천마을에서 중장비가 산불피해 잔재물을 철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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