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할지….”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리드모스 나무공방 김재수 대표(41)는 지난 4일 발생한 산불로 3년간 살뜰하게 꾸려온 사업체를 한순간에 잃었다.
리드모스 나무공방은 고성군 토성면 성천리에서 애완동물용품을 제조하는 회사로 연매출 6억~7억원의 수익을 내던 건실한 회사였다.
김 대표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최대 규모의 애완용품박람회인 캣페스타에서 4,500만원 어치의 계약을 했으나 이번 화재로 제품이 모두 타버려 2000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또 지난해부터 호주시장을 개척해 1만5,000불을 수출했고 올해에는 5만불 수출계약에 성공했는데 이 역시 중단됐다. 인터넷 쇼핑몰에도 제품발송을 중단한다는 팝업창을 띄워놓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산불로 출고하려던 제품과 원자재, 공방기계 등 총 5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는 “재산상의 피해도 안타깝지만 거래처와의 신뢰가 무너진 것이 더 속상한 일”이라며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업체는 다행히 화재보험에 가입해 5,000만원을 보상받을 수 있지만, 이마저도 땅 주인에게 2,000만원을 지급해야 돼 김 대표가 손에 쥘 수 있는 보상금은 3,000만원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이번 산불로 나와 같은 소상공인의 피해가 수백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안다”며 “현행법상 주택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만 있을 뿐,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보상은 없다는데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19일 고성군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은 145개소로 건설건축이 32개소, 숙박 21개소, 도소매 20개소, 제조와 유통 14개소, 요식 11개소, 서비스 9개소, 고물상․카센터 등 38개소로 550억원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은 49개소로 공장 18개소, 창고 21개소, 사무실 10개소로 273억원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들은 주택과 달라 융자 외에는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주거용 건축물과 농림어업 시설물에 대한 피해 복구는 지원되지만, 소상공인은 자금 융자, 상환기한 연기 등 간접 지원만 받을 수 있고 피해 복구에 대한 직접 지원을 받을 수 없다.
2016년 12월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이 복구지원 대상에 ‘소상공인 시설’을 포함시킨 개정안을 발의, 2017년 7월 개정안 입법 취지가 타당하다는 국회 검토결과까지 나왔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김 대표는 “저도 그렇지만 소상공인들은 창업이나 사업확장 때 대출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거기에 대출을 더 받으라면 소상공인들을 더 큰 빚쟁이로 만들 뿐”이라고 했다.
우지현 기자 orrola@hanmail.net
고성군 토성면 성천리에 있는 리드모스 나무공방의 김재수 대표가 지난 4일 발생한 산불로 전소된 사업체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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