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산불이 발생한 지 13일(17일 기준)이 지났지만 지역사회가 쉽게 그 때의 악몽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산불이 지난 2002년 태풍 루사, 2004년 청대산 산불 이후 15년 만에 속초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많은 피해를 냈지만, 속초시의 신속한 재난상황 대처와 주민대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7시 17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속초소방서에 접수됐다. 당시 고성과 속초지역은 초속 26.1m의 강풍이 불고 있었다.
강한 바람을 타고 불길이 삽시간에 속초 쪽으로 번지자 시는 산불 발생 재난상황 전파보고(오후 7시33분)와 함께 전 직원 비상소집령(오후 7시50분)을 내렸다.
시는 이어 오후 8시 위기경보 중 가장 높은 비상3단계(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불길이 번지기 시작한 장천마을 주민들을 신속하게 임시대피소인 영랑초교 등지로 대피시켰다.
불길이 계속 해안 쪽으로 번지자 영랑호 산책로변 화랑도체험장에 집결한 속초시 공무원들은 실내승마장과 매표소 등이 불 타는 위기상황에도 마방에 있는 말 30마리를 지키기 위해 화마와 사투를 벌여야 했다. 말 30마리는 속초시 공무원들과 체험장 직원들의 목숨을 건 진화활동으로 피해를 입지 않았다. 장사항에 재집결한 공무원들은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온 연기와 재로 앞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고,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는 악천후 속에서도 주민 대피에 구슬땀을 흘렸다.
이 시각 소방청은 전국적 수준의 사고에 내리는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전국의 가용 소방력 총동원령을 내렸다. 산림청도 강원도지역 산불 위기경보로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정부가 강력 대응에 나선 가운데 영랑호리조트 야외별관 빌라동 27동을 태운 산불이 점차 속초의료원 쪽으로 향하자 의료원에서 비상대기하고 있던 속초시보건소 직원들은 의료원 측의 협조를 얻어 중증환자는 보광병원으로, 경증환자는 직원들이 차량을 이용해 지역 의료기관으로 분산 이동시키는 대규모 수송작전을 펼쳤다. 산불이 교동과 노학동 대단위 아파트밀집지역을 위협하자 주민대피 문자 전송과 함께 도시가스 차단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는 등 밤새 화마와의 사투를 이어갔다.
이 시각 문재인 대통령은 “조기 산불 진화를 위해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해 정부는 총력 대응할 것과 진화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할 것” 등을 긴급 지시했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별다른 인명피해 없이 상황을 마무리 한 시는 지금은 산불피해복구와 이재민 지원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주요 시간별 산불 대처상황
▲4월 4일
△오후 7시17분→산불발생 접수(속초소방서) △오후 7시33분→산불발생 재난상황전파보고 △오후 7시50분→속초시청 전직원 비상소집 △오후 8시→ 속초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 및 비상3단계 발령△오후 8시38분→현장투입 직원 주민대피 안내 지시 △오후 9시58분→영랑교 관광버스 차량화재 진화 완료 △오후 11시32분→영랑초교 이재민 학생체육관 이동 조치 지시
▲5일
△오전 0시20분→대통령 주재 화상회의(인명피해 없도록 지시) △오전 0시24분→속초시 관내 학교 휴업령 △오전 9시→국가재난사태 선포 △오전 9시37분→주불 진화 완료 △오후 4시40분→대통령 장천마을 방문
▲6일 : 오후 12시25분→특별재난지역 선포
▲7일 : 오후 1시→경제부총리 방문
▲9일 : 오후 1시10분→국무총리 LH속초연수원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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