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영 회장은 커피숍 ‘알프스’를 3년 정도 운영하다가 한국을 떠날 생각을 하게 된다. 당시 그의 모친이 괌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그도 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의 해외 이주 계획은 뜻대로 풀리지 못했고 이는 그의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스쿠버다이빙 강사 육성 교육
김 회장은 이후 스쿠버다이빙의 길로 한 걸음 나아가게 된다. 그는 다이빙 동호회를 운영하던 중에 국제적인 다이빙 교육기관 ‘나우이(NAUI - National Association of Underwater Instructors)’를 알게 됐고, 1990년에 나우이 교육 과정을 시작했다. 나우이는 1959년에 설립돼 미국 플로리다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나우이 교육시스템을 채택할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는 비영리 다이빙 교육기관이다. 김 회장은 제주도에서 나우이 인스트럭터 트레이닝 코스(ITC - Instructor Training Course) 교육을 받았다. 강사는 모두 외국인이었고 교재도 전부 영어로 돼 있었다. 이 교육은 누구나 다 쉽게 수료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 기간 3개월에 평가 기간이 9일 정도 걸리며 교육 참가자의 30% 정도는 탈락하는 까다로운 과정이었다. 김 회장은 이 과정을 거쳐서 1991년 자격을 취득했고 이후 다이빙 전문가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이 교육 외에도 나우이의 여러 과정을 통과한 그는 현재 한국나우이 회장이자 나우이의 코스디렉터이다. 코스디렉터는 나우이 교육의 최종 평가자로서 나우이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코스디렉터는 단순히 스쿠버다이버를 길러내는 사람이 아니라 한 스쿠버다이버가 강사로서 남을 가르칠 능력이 되는지 평가하고 자격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짧게 말하면 코스디렉터는 스쿠버다이빙 강사를 육성하는 교육 전문가이다.
김 회장은 스쿠버다이빙 교육 초기에는 일반인보다는 주로 학생들을 많이 가르쳤다. 그러다가 경력이 점점 쌓이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났고 유명인들에게도 다이빙을 가르치며 친분을 쌓았다. 그는 연예인들도 많이 만나 봤고 교육이 인연이 돼 연예인들과 해양 정화활동을 함께 하기도 했다.
김 회장이 한번은 여러 명의 의사들에게 다이빙 교육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는 이 교육을 준비하면서 애를 먹었다고 한다. 교육 과정에 ‘다이빙 과학’이라는 이론 교육 시간이 있는데 여기에는 의학 지식도 포함돼 있어서 의사들을 상대로 다이빙 의학 지식을 설명해야 하니 더 철저히 준비해야만 했다. 밤을 새가며 힘들게 공부한 후에 의사들을 상대로 교육을 마쳤고 그는 수료식 파티 자리에서 의사들에게 자신의 강의가 어땠는지 물었다. 그런데 의사들은 의대에 다니면서 잠수와 관련된 의학은 반 페이지도 공부한 적이 없고 시험에도 안 나와 별 신경을 못 썼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회장은 그 말을 듣고 허탈했지만 의사들은 김 회장의 다이빙 의학 지식이면 충분히 의사들을 가르칠 만하다고 얘기해줘서 한편으로 뿌듯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스쿠버다이빙 강의를 시작한 이후 일이 즐거웠지만 경제적으로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그래서 생업으로 자동차공업사를 한 적이 있고 무역업에 종사하기도 했다. 2002년에는 월드컵 기념품 라이선스를 확보해 사업에 나섰으나 라이선스가 없는 기념품들이 너무 많이 유통되는 바람에 사업이 어려워져 불면증에 시달리며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도 다이버로서 전문성을 높여 왔고 바다에서 30년간 큰 사고 한 번 없이 오늘에 이르렀다.
설악산악연맹 창립에도 참여
그는 생업과 다이버로서의 일들 외에도 한편으론 산악인으로서 활동도 멈추지 않았다. 1990년 7월에는 지역 산악인, 원로 산악인 유창서, 이기섭 박사 등과 함께 설악산악연맹을 만들고 사무국장을 맡았다. 그리고 등산 잡지 <사람과 산> 속초 주재기자로 일하며 산악인으로서 전문성을 발휘했다. 또한 연맹사무실 옥상에 감도가 좋은 안테나를 설치하고 아마추어 무선국을 운영했는데 그는 산에서 상황이 발생하면 직접 중계하며 사태 해결에 앞장섰다. 어느새 창립 30년이 다 된 설악산악연맹은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며, 김규영 회장은 유창서 옹과 함께 자문위원을 맡아 여전히 산악연맹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음에 계속>
구술 김규영 속초시요트협회 회장
정리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김규영 회장과 원로 산악인 유창서 옹(오른쪽). 유 옹은 요즘도 거의 매일 김 회장의 사무실을 찾아 등산과 커피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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